[충정로칼럼] ​내가 오픈 네트워킹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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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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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 파이오링크 대표 [사진 = 파이오링크 ]

조영철 파이오링크 대표 = 예전에 사용하던 피쳐폰은 하드웨어 기반의 폐쇄적인 구조로 제조사가 처음부터 설치한 소프트웨어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휴대폰 시장의 혁신을 이뤘다. 모바일 시장은 하드웨어와 운영체계(OS) 그리고 앱(App) 시장으로 분리되고, ‘개방화’된 시장에서 다양한 앱의 혁신이 계속됐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 노는 방식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이 많이 바뀌었다.

비로소 세상과 세상, 세상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소셜(Social)과 모바일(Mobile)의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일상은 이렇게 크게 바뀌었지만, 국내 네트워크 산업 종사자의 삶은 10~20년 전에 비해 그리 바뀌지 않았다.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삶은 서비스 장애가 날 때면 밤을 새며 문제를 해결할 경우가 많고, 장애 원인을 찾기 너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네트워크의 설계는 갈수록 복잡해지는데 운영과 서비스를 위한 작업은 수 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은 아직도 불편하게 CLI로 장비를 설정하고, 케이블을 뽑았다 뺏다 반복하며 원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속도는 10년 전에 비해 50~100배 이상으로 빨라졌지만 네트워크 운영과 설계엔 진보가 없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폐쇄적’ 시장 생태계에 있다.

하드웨어와 OS, 앱을 모두 단일 회사에서 개발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더넷 스위치를 예를 들면 스위치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OS와 각종 기능(프로토콜, 보안기능, 관리기능)이 단일 벤더 단위로 공급된다.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고 개선시킬 여지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오래 전 사용하던 피쳐폰처럼 말이다.

이제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개방화된 네트워크로 생태계를 이루려는 시도가 있다. 이 개념이 바로SDN(Software Defined Networking,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이다. 네트워크 기능을 하드웨어 중심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구별하여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개선시킬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의 시도라 할 수 있다.

SDN이 좋은 건 알겠지만, 너무 이상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고객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사례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SDN이 가져올 수 있는 이득을 멀리서 찾을게 아니라, 우리 네트워크산업 당사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네트워크를 현대화 할 수 있다. 좋은 엔지니어는 명령줄인터페이스(CLI)를 빨리 설정하거나 언제건 어디에서건 호출이 가능한 엔지니어가 아니라, 안전한 네트워크 망 설계를 할 수 있고, 트래픽을 분석하여 위험을 예측하는 지능적인 엔지니어다. 여러 제품의 자격증을 많이 가진 엔지니어가 대수가 아니다. 오픈 네트워킹을 이용한다면 지능적인 망 설계와 앱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서 가용성을 높이고, 운영을 자동화 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제품을 구매한다고 하자. 어떤 제품에 1000가지 좋은 기능이 있지만 실제로 10가지 기능만을 사용하는 경우, 처음부터 1000가지 다 되는 제품을 구입해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10가지 기능만 되는 제품을 사서, 향후 업그레이드 해가며 사용할 것인가?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요즘은 정보와 전략의 싸움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좋은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SDN의 구조적 장점 때문이다.

내가 SDN에 주목하는 이유는 네트워크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쓸데없는 스펙 경쟁이 아닌 공정한 서비스의 질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이고 수동적이며 고단한 삶을 자동화함으로써 일하는 방식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네트워크 산업은 SDN을 통해야만 폐쇄적 시장에서 개방적 시장으로 비정상에서 정상화된 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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