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한류드라마 급제동, 타개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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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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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전총국 규제 대폭강화, 제2 별그대 위해 문화교류 강화해야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헌법 기본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 ▲중국 국가통일과 주권, 영토 보호에 유해하지 않을 것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국가 안전을 위협하거나 국가의 명예와 이익을 해하지 않을 것 ▲민족차별을 선동하지 않을 것 ▲미신을 퍼뜨리지 않을 것 ▲거짓말을 하거나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사회의 안정을 해하지 않을 것 ▲음란물, 도박, 폭력장면으로 타인의 권익을 해하지 않을 것 ▲타인을 비방하거나 다수의 합법적인 권익을 해하지 않을 것 ▲사회도덕과 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해하지 않을 것 ▲법률과 행정법규 그리고 국가가 규정한 금지사항을 위반하지 않을 것.

중국이 규정한 문화콘텐츠 심의규정 내 10대 불가항목이다. 이 10가지 항목을 통과해야만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 예능프로가 방영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이 10가지 금지사항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중국헌법은 유물사관에 입각한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독재를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다. 종교색채나 사회갈등의 모습이 포함된 콘텐츠는 심사에서 1차적으로 배제된다. 이 밖에도 10대항목 규정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해서, 중국 당국이 이를 근거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빠져나갈 방법이 쉽지 않다. 또한 드라마가 완벽하게 10대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국이 심사기간을 6개월이나 1년까지 연장시켜버리면 이 역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대장금에서 별그대까지

과거 중국은 공중파나 위성TV에 방영되는 드라마에 이 심사기준을 적용시켰다. 이를 뚫고 중국TV에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로는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가을동화' 등이 있다. 10년전 대장금이 중국 TV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중국당국은 서서히 심사강도를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한국드라마의 중국 TV 방영빈도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중국 TV에서 '제2의 대장금'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심사규정은 드라마가 중국 TV에 방영될때에만 적용됐다. 세상은 변했고, 중국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됐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네티즌 규모는 6억1800만명으로 미국 총 인구의 2배를 넘어섰다. 유쿠(優酷), 투더우(土豆), 러스왕(樂視網), 아이치이(愛奇藝) 등 인터넷동영상서비스업체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중국당국은 해외드라마 해적판 범람을 막고, 인터넷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명분하에 동영상사이트의 콘텐츠에는 심의규정을 적용하지 않았었다. 해외콘텐츠의 판권을 취득해 간단한 등록절차만 거치면 방영이 가능했다.

◆한류드라마, 드높아진 위상

이같은 환경속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2013년 말 드라마 '상속자들'에 이어 올해 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대륙 전체를 뒤흔들었다. 별그대를 인터넷방송한 아이치이의 경우, 별그대의 판권을 산 후 곧바로 사이트에서 배포했다. 별그대 드라마는 매회 한국 방영시간에 맞춰 중국에도 방영됐다. 본방은 자막이 없는 상태로 배포됐으며, 본방 5시간 후면 자막본이 중국대륙에 유포됐다.

21회짜리 드라마인 별그대는 35억 클릭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인터넷동영상업체로 후발주자였던 아이치이는 급증한 페이지뷰를 통해 막대한 광고수익을 거두며 메이저업체로 발돋움했다. 아이치이는 이를 통해 바이두(百度)의 주력계열사로 떠올랐다.

별그대의 대성공으로 중국 동영상업체들은 한국드라마와 한국예능프로그램 사재기 경쟁에 돌입했다. 한 작품당 2억원에 남짓했던 판권가격은 17억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올해 '쓰리데이즈' '운명처럼 널 사랑해'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우리나라 드라마가 속속 중국인터넷을 타고 방영됐다. 이들 드라마는 별그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동영상사이트들에게 손쉬운 돈벌이 기회를 제공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중국당국은 해외드라마의 인터넷방영에 대한 강한 규제책을 만들어 반포했다. 상황은 급반전됐으며 우리나라 드라마로서는 된서리를 맞을 처지에 내몰렸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총량규제와 사전심사

지난달 중국 광전총국은 '온라인 해외 동영상 관리와 관련된 규정에 관란 통지'를 발표했다. 통지는 외국드라마나 외국예능방송 등 외국의 콘텐츠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방영되기 위한 사전조건을 담고있다. 규제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첫째는 총량규제이며 둘째는 사전심사제도이다. 우선 광전총국은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해외 TV프로그램의 편수를 중국 프로그램의 30%를 넘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광전총국에 따르면 현재 해외 TV프로그램이 유쿠, 투더우, 소후 등 사이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동영상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터넷에서 해외콘텐츠를 방영할 때에는 반드시 상영허가증을 취득하도록 했다. 허가증을 취득하지 못한 콘텐츠는 2015년 4월 1일부터 인터넷상에서 방영이 불가능해진다. 허가증을 취득하는 절차는 매우 까다롭게 설계됐다. 동영상 사이트는 1년동안 서비스할 해외 콘텐츠를 미리 기획해 1년전에 지방 광전국의 초기검열을 받아야 한다. 이후 중앙정부 산하 광전총국의 심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광전총국은 매년 2월20일 전 모든 동영상사이트에서 계획한 해외 콘텐츠가 심사규정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해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콘텐츠에 등록번호가 부여되며, 이 때 비로소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배포가 가능해진다. 투더우의 한국콘텐츠 총감인 진성원(金聖文)은 "아직 세부적인 규정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한국 드라마 방영의 절차가 무척 까다로와진 만큼 내년 4월이면 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사통과 '낙타바늘구멍'

우리나라 콘텐츠업계로서는 30%의 총량규제보다는 심사규제가 더욱 매서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인기가 높은 만큼 충분한 퀄리티만 보장된다면 30% 총량규제를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심사규정은 업계를 불안케 하기에 충분하다.

일단 드라마의 생방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으며, 드라마 제작완료 이후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제작과 방영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본방이 종료된 후에야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광전총국이 심사기한을 1년으로 잡은 만큼 한국에서 방영이 종료된 후 1년이 지나야 중국에서 방송될 수 있게 된다. 아직 광전총국은 세부규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많은 예외조항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국드라마의 중국방영이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이같은 규정은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와 예능프로에도 적용된다. 영화의 경우 폭력장면이나 선정적인 장면이 있으면 인터넷방영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현재 한국영화는 중국 동영상사이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다. 예능프로 역시 미풍양속을 해한다는 이유로 방영불가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준자체가 모호한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심사통과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교류강화로 헤쳐가야

이같은 규제속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양국간의 교류강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사무소 김기헌 소장은 "엄격한 심사를 신속하게 통과하는 것이 우리나라 드라마가 중국시장에서 헤쳐나가야 할 주요과제가 됐다"면서 "심사통과 과정에서 유연성을 높이려면 양국간의 인적물적 문화산업 교류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 소장은 "포맷수출 등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를 창조해 나가는 노력 역시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제2의 별그대' 돌풍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산업 발전을 위해서, 우리나라 콘텐츠업체와 문화당국의 대중교류강화와 새로운 형태의 수익모델 창출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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