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중국 사천성 난딩예술제로 본 정부지원과 문화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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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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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미술평론가)

 

[김윤섭 미술평론가]

지난 9월 20일부터 3박4일간 열린 중국 사천성 청두시에서 열린 문화행사에 다녀왔다. 중국 남서지역의 첫 현대예술 행사로 시작해 큰 호응을 받아온 '2014 청두난딩예술제(成都蓝顶艺术节)'였다.

‘난딩예술제’의 총예산은 1000만위안(약 18억원) 정도인데, 이 중에 주최 측에서 400만위안은 자체 조달하고, 청두시 정부와 대표적인 경제일간지인 청두상보 등 기업이 각각 300만위안씩 지원한다고 한다. 유명 예술가와 단체가 함께 참여한 민간기관이 주최하면서도 지방정부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청두의 대표적인 문화행정의 성공사례이자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행사는 사천대학교와 공동 진행한 ‘2014 난딩ㆍ사천대포럼’은 행사의 완성도와 의의를 더했다. 포럼 주제는 ‘창의도시와 도시창의’로써, 문화적 창의력이 도시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는 접근이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이날 발표한 ‘한국 기업의 예술지원에 대한 성공사례’ 이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초대된 전문가들의 발표는, 단순히 며칠 동안의 예술축제에 그칠만한 행사를 ‘어떻게 지속발전 시키고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대안을 강구하는 가이드가 되었다.

 행사가 치러진 주요 무대는 ‘예술특구’ 지역이다. 중국은 이미 베이징의 따산즈798, 허거정, 송좡 등 독특한 방식의 예술특구 운영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사천성 청두의 예술특구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기존의 예술특구는 미술가들이 대형 건물들 각 동에 오피스 형식으로 집단 거주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청두의 난딩예술특구는 독립된 개인 작업실들로 이뤄진 타운하우스 개념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헤이리마을과 유사하다.

 난딩예술특구는 2003년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인 저우춘야(周春芽), 궈워이(郭伟), 짜오넝쯔(赵能智), 양미앤(杨冕), 펑정지에(俸正杰) 등을 주축으로 창립됐다. 주로 스타작가의 산실인 사천미술대학 출신 작가들이다. 이후 빠른 속도로 작가 수가 늘어나 지금은 미술가뿐만 아니라, 건축디자인ㆍ그래픽디자인ㆍ디지털애니메이션 등의 전문가 그룹을 합쳐 300여명에 달한다. 또한 주변의 2차 개발지역에 입주한 젊은 예술가 70여명까지 합치면 무려 400여명의 예술가들이 공동체를 이룬 셈이다.
 
 난딩예술특구의 매력과 경쟁력은 작은 예술도시 혹은 대형 회사처럼 체계적인 운영시스템과 조직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론 개인 작업실 중심으로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곳은 난딩미술관과 몇몇의 테마전시실 이외에도 행사기간이 되면 유명작가의 대형 작업실도 외부 작가를 초대하는 전시실로 탈바꿈한다. 스텝 구성원 역시 예술제 프로모터, 미술관 전시팀, 매스미디어와 외부 설계업체의 인력 등 매우 폭넓고 전문적이다.

 청두의 난딩예술특구와 난딩예술제가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장으로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뒤 배경엔 정부의 제도적인 개선과 지속적인 후원이 주요 역할이었다고 한다. 일명 ‘특구’의 개발이 기반시설 확충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컨텐츠 개발’ 단계까지 지원이 이어졌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점들은 단 14개 스튜디오로 시작한 1기가 80개 스튜디어의 2기에 이어, 현재 40개 스튜디오의 3기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동시에 유치해 자연스런 교류와 문화융합을 유도해냈다.

 우리 정부도 지역의 균등개발이나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온갖 특화된 사업과 개발을 주도하고 권장한다. 하지만 개발 이후에 제대로 된 성공사례로 꼽히는 경우가 드물다. 지속적인 성장 동력인 콘텐츠 부재 때문이다. 중국 사천성 청두의 예술특구 지원과 운영시스템은 문화산업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우리나라가 살펴볼 수 있는 성공사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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