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한 자원봉사자의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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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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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싱경기장 의무실에서 의료진 한 번도 못 봐…간호사는 선수 사인받느라 헐레벌떡…소화제·소독약같은 기본 상비약도 없어”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이 미숙하게 진행돼 ‘나라 망신’을 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1986년 서울, 2002년 부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개최하는데도, 그 운영이나 진행은 예전 두 대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 폐막을 나흘 앞둔 30일에도 한 자원봉사자로부터 대회 진행이 엉망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전문을 요약 소개한다.


“아시안게임 의무실문제를 고발합니다.
펜싱경기가 열린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안내지원을 맡았던 자원봉사자입니다.
체육관 2층 경기장옆에 의무실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경기내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파견근무를 나온 의료진이 항시 배치되어있어야 하지만 펜싱경기가 있었던 6일동안 의무실에 의료진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오전에는 항상 아무도 없이 의무실이 비어있었고 오후 3시 이후에는 통역 자원봉사자 한 명만 의무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근무중 다치거나 아파서 의무실을 찾으면 아무런 치료도 받을 수 없었을뿐 아니라 의무실을 찾은 많은 관중들도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9월21일 오전부터 감기증세로 인해 의무실을 너댓번 찾아갔지만 매번 의무실이 비어있어서 아무런 치료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오후 늦게 갔더니 통역 자원봉사자가 있어서 그 분한테 사정을 얘기했고 그 분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간호사를 불러주었습니다.

전화를 건 뒤에도 15분이나 있다가 간호사 한 명이 왔는데 선수 사인을 받은 티셔츠를 입고 와서는 뭐에 쫓기듯이 아무 설명도 없이 감기약 두 알을 주고는 핸드폰 메시지를 보면서 어떤 선수가 1층에 있다면서 사인받아야 한다고 A4 용지를 들고 또 뛰어 나갔습니다.

조직위 담당자한테 전화를 해서 의무실 상태를 얘기했더니 이미 같은 불만이 접수되었다면서 오전 9시부터 경기가 끝나는 저녁 8시까지 2교대로 의료진들이 배치되었으며 최소 의료진 1명이 의무실에 항시 있어야 하는게 맞는데 아무래도 경기관람을 하고 그러느라고 제대로 근무를 안한것같다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의무실은 항상 비어있었습니다. 한 번은 외국인 관객이 손을 다쳐서 제가 의무실로 안내했는데 역시 같은 통역 자원봉사자 한 명만 있었고 의료진은 없었습니다. 그날 근무인 간호사가 자기 전화번호를 남겨놓고 경기를 보러 갔다는데 전화를 아무리 해도 안받고…. 소독약도 없고….

통역이 외국인 관객에게 상황설명을 했고 결국 그 외국인 관객도 기다리다가 아무런 치료도 못받은채 경기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 안내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왜 의무실에 아무도 없냐’는 것이었고 조직위에 연락까지 했지만 경기 마지막날까지 전혀 시정된 점이 없었습니다.

다른 부서도 아닌 의무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이 몰려다니면서 선수들 사인받고, 사진찍고, 경기관람을 하느라고 근무시간 내내 의무실을 비우고 환자들을 방치한 행위, 그러고 의무실에 책정된 예산은 다 어디에 쓰였기에 정작 의무실에 소독약이나 소화제같은 기본 약품도 구비를 못해놓은건지 정말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이런 점은 제대로 보도해서 고쳐질수 있도록 힘써 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한편 총 12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대회 펜싱경기는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동안 열렸다.

한국은 금메달 8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로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내며 종합 2연패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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