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정치학]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줄줄이 인상…‘복지 증세냐, 세금 폭탄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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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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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정부가 현 2500원인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복지 증세의 신호탄이냐, 세금 폭탄론이냐.”

10년 만에 정확히 공수가 뒤바뀌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보편적 복지를 화두로 던진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 하반기 시작과 더불어 담뱃값 인상을 시작으로, 주민세·자동차세 등에 대한 인상에 나서자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세금 폭탄론’을 고리로 대여공세를 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담뱃값 인상에 나선 열린우리당(당시 집권여당)과 이를 ‘서민 호주머니 털기’로 규정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자리만 교대한 셈이다.

정부의 증세안은 지방정부의 복지 지출 증가와 지방세 수입 축소로 비어가는 지방재정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지만, 신규 세원 발굴과 세입·세출 개혁 대신 손 쉽게 거둘 수 있는 담뱃값 등을 건드리면서 ‘서민 증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애초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창하고도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이후 사회적 합의 없이 세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선거와 세금’에 내포된 세금 정치학의 한 단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민정부 이후 담뱃세 인상 6번, 與 승률 17%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세금’은 서민과 중산층에 가장 민감한 이슈다. ‘민주 대 반(反) 민주’의 정치 프레임과 비교할 수 없는 만큼 가장 파괴력 있는 선거 프레임이다. 중도보수층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 시점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추진한 직후다.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세금 인상’ 대신 ‘종합금연대책’ 등의 말을 붙인 이유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세금 인상이 자칫 조세 저항에 따른 정국 주도권 실기는 물론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담뱃값 인상과 선거 결과의 객관적인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지만, 문민정부 이후 담뱃값 인상을 한 직후 치러진 6번의 선거에서 당시 집권여당의 승률은 17%에 불과했다.

담뱃값 인상은 1994년 1월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한 후 ‘1996년 7월(1300원)→1999년 1월(1600원)→2001년 1월(1800원)→2002년 2월(2000원)→2004년 12월(2500원)’ 등으로 올랐다. 이 중 집권여당이 승리한 선거는 1999년 3월 재·보선(2대 0)뿐이었다.

총 6번의 선거 가운데 집권여당은 단 한차례만 이긴 셈이다. 1996년과 2001년, 2004년 당시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김현미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담뱃값 인상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맞다”며 “특히 담배의 경우 야당 지지층이 많은 30대 비중이 높다. 30대 계층에서 박근혜 정부 비토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증세 선택한 與, 2016년까지 선거 없는 올해가 추진 최적기

조세 저항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정청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통해 담뱃값 인상 추진 방안, 세입 예산안에 따른 법안 논의와 쌀 관세화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에 나섰다.
 

11일 정부가 현 2500원인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2000원 인상안을 골자로 하는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다음날 자동차세와 주민세 등의 인상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2조8000억원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으로 1조4000억원 등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정청이 올해 하반기 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에 나선 것은 오는 2016년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데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때 이를 밀어붙이지 못할 경우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당정청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민 증세’ 논란에 따른 조세 저항이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정부에 대해 “거위의 깃털 뽑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거위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민 증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책통인 윤호중 의원은 세제정상화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조세의 형평성이나 세원 투명성, 재정지출 건전성 확보 등을 외면한 채 서민 경제와 직결된 담뱃값 등의 인상을 추진한 것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외면한 단기적 대응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경제성장을 통한 세원 확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정부의 증세안과 관련해 “지난해 8조5000억원가량 세수 부족 사태를 겪은 박근혜 정부가 증세에 나선 것은 예산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서민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민 증세가 올바른 정책인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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