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도예가 신상호 "평생 점이나 찍고 물방울 찍는다고 비판했는데 이제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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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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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자에 색이 스며든 단색화같은 '서피스 앤드 비욘드’‘(Surface 'n beyond)’ 작업 매진할 터"

[현대도예예술의 선구자 신상호작가가 최근에 몰두중인 스며든 작품앞에서 환하고 웃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아마도 이 작품이 훗날 새로운 매체로서 세상에 느껴질 것이다"

최근 금호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한 미술평론가의 이 말 한마디는 그를 울렸다.
'현대 도예 예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신상호(67) 작가다.

금호미술관에 이어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또 전시를 열고 있는 그를 예화랑 전시장에서 만났다.

그는 "바로 그거였다. 그말은 거의 50년간 매달린 "'흙과 도예'의 생명력이 이제야 빛을 보는 느낌이었다. 흙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라며 뿌듯해 했다.


그 말에 이같은 확신과 기쁜 생각이 든건 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계에서 도예는 '서자같은 느낌'이었죠"

이 '서자 같은'은 열등이자 에너지였다. 그를 한곳에, 하나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생활 도자였던 도예를 평면 조형, 건축 등으로 장르로 넘나들며 무한 확장시켜왔다.

실험과 도전의식으로 이미 30대부터 '현대 도예 예술의 선구자'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 도자기나 그릇을 만드는 것으로 국한됐던 '도예'가 '현대 도예 예술'로 몸값을 올리게 된 것은 '신상호'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을정도다.
 
흙을 만진지. 50여년. 도예가 '미래 예술(그림)의 대체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감회가 새롭다.
 
정확히 49년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치마저고리를 은 어머니가 바닥에 앉아 흰고무신을 내려치며 "안된다. 안된다"고 소리친다. "의사나 되라"고 했던 집안의 바람과 달리 경기도 이천에 내려가겠다는 장남의 반란때문이었다.

홍익대 공예과 65학번인 그가 스승을 따라 우연히 이천에 간 건 운명이었을까. "부잣집 아들로 유명해지기도 잘살기도 싫다"며 반항의 시기를 걷던 그는 이천에서 가마를 흙을 보는 순간 "이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보따리를 싸서 이천에 가 흙을 만지고 자기를 구웠다. 당시에는 공예과가 뭐하는 곳인지조차 몰랐던 때였다.

열정을 다했지만 공예과에서 도예를 하던 그는 늘 미술계에서 '그 서자같은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30년후 홍대 교수가 된 그는 공예과에 속했던 도예를 도예과로 독립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자기 그릇' 도예가로 유명세를 탔고, 전시때마다 지폐를 세기 힘들 정도로 돈도 벌었다. 돈은 독이된다는 걸 깨달았다. 초빙교수로 영국 런던에 가면서 '진짜 도예', 예술에 눈을 떴다. 1990년대 후반 아프리카 미술에 푹 빠져 동물의 만든 '도자 조각' ‘아프리카의 꿈(Dream of Africa)’시리즈가 탄생했다. 그는 후배들이나 작가들에게 될수 있으면 여행을 하라고 권한다. 여행은 눈과 마음을 정신을 넓히며 국제적인 감각까지 터득케한다는게 지론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게 시대정신이지 않습니까."

여행을 하면서, 그는 세계적인 현상과 미술사가 움직이는걸 체감했다. 그럴수록 흙의 우수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그가 예를 들었다. "실외로 나갈수 있는 그림은 없어요. 그림은 최대 50년입니다. 보관도 애로사항이죠. 하지만 도자기는 1000년이 가도 변하지 않아요."

 
[일명 '구운 그림'으로 건물 외벽을 장식한 신상호의 회화같은 도예 작품]
 
이런 생각은 도예를 건축으로까지 길을 텄다. 흙으로 자연의 질감과 색을 깊이있게 표현하는 도예야말로 건축에 진정한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자신이었다. 타일보다 큰 도판에 그림을 그리고 고온에 소성시킨 '구운 그림'을 창안해냈다. 건물 외벽을 감싸거나 장식할수 있는 구운 그림은 유화나 아크릴화에서 볼수 없는 싫증나지 않는 색감이 특징이다. 이 '구운 그림'은 서초동 삼성전자 외벽과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외벽에 자리잡고 '순수 예술(그림)'의 자리를 뺏고 있다.

흙의 '생명력'에 대한 예찬은 실패와 실패에서 거듭났다. "우연도 거저 얻어지는 건 아니죠. 찾아나가는 사람한테 얻어지는 것이죠."

최근 작가는 베어드는 것, '스며듬'에 빠져있다. 도자와 건축의 만남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했다.

이제 그가 다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단색화처럼 도자에 색의 번짐이 스며든 ‘서피스 앤드 비욘드’(Surface 'n beyond)’ 다.

 "내가 그리지만 스며들어 가는 것은 불이 결정하므로 결국, 불이 그린 것”이라는 작업은 마치 옷감에 물감이 얇게 스며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불이 빚어내 더욱 오묘한 작품. 한지에 스며들듯 번짐이 아름다운 새 작업 서피스 앤드 비욘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이 작업에 대해 작가는 “공교롭게 내 그림, 이 베어들어가는 그림은 우연이 나왔다"며 피카소와 장대천의 만남을 비유했다. 그는 "피카소가 1953년 중국의 수묵화가 장대천을 만나 한지에 댄 붓이 먹어들어가면서 생기는 번짐에 관심을 가졌다"며 "자기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동양적인 사상이나 우연의 일치가 동시에 같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술시장에 단색화가 다시 활기를 띠는 것처럼 한 시류의 사조나 트렌드는 사장되는게 아니라 유행처럼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다.


모자이크같기도, 벽화 같기도, 단색화 같기도한 '불이 그린' 작품앞에서 그는 스스로도 대견해하는 표정을 숨기지 앟았다.  "내 작품은 한지도 되고 수묵담채도 된다"며 '스며듬에 푹 빠진' 그가 부끄러운듯 고백했다.

"그동안 자기작품 심화시킨다는 작가들을 비판했었죠. 평생 점이나 찍고, 물방울만 찍는다고 비판했는데, 나도 이제 그 비판의 대열에 낄 것 같아요. 그동안 새로운 것 찾는다고 산으로 바다로 무한히도 헤매고 다녔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앞으로 이 스며듬의 작업을 심화시킬 겁니다. 하하"

금호미술관이 50년간의 평면 조각 설치등 총체적인 작업을 선보인다면 12일부터 연 예화랑 전시는 알록달록 소품위주의 '동물 도자 조각'을 소개한다. 이어 18일부터 이화익갤러리에서도 전시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의 끝이자 또다른 시작을 예고하는 자리다. 한 작가가 미술시장에서 리사이틀하듯 미술관과 화랑 2곳에서 잇따라 전시를 여는건 이례적이다. 예화랑 전시는 10월 8일까지. (02)542-5543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받은 신상호의 도자조각 동물시리즈가  예화랑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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