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재의 하이스코’ 꿈, 눈 앞에서 맛본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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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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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퇴진으로 본 ‘오너가 사위’(중)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 2010년 5월 충남 당진공장 현장직 직원들과 함께한 친밀의 장 행사에서 족구 경기를 하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현대하이스코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신성재 전 사장의 현대하이스코 재직 시절을 되짚어 보면 그 또한 희생에 비해 수혜를 받지 못한 사위 경영인의 길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신 전 사장이 현대하이스코 사장으로 부임한 지난 10년간 ‘진정한 홀로서기’는 없었다. 그의 개인적인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철강산업이라는 업의 특성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철강산업은 시설 투자 못지않게 관리가 중요하며, 이러다 보니 군대에 버금가는 강한 위계질서가 잡혀 있다. 오너 일가 자제라도, 경영수완이 뛰어나서, 사세를 키워냈더라고 하더라도 연륜이 짧은 젊은 경영자들은 선배 경영인들을 예로써 깍듯이 대하는 문화가 지금도 남아있다. 신 전 사장도 대외행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라는 이미지를 드러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른 후계 경영인들과 마찬가지로 항상 자신을 낮추고 동종업계 선배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 왔다.

철강업계 CEO로서 이러한 업계의 도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경영 스승’은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이다.

2002년 김 부회장의 입사로 첫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3년 후인 2005년 3월 각각 대표이사 부회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2004년 INI스틸(현 현대제철)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보철강 인수전에 뛰어들어 성공한 뒤 계약서에 직접 사인함으로써 정주영 명예회장의 염원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숙원이었던 일관제철소(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건설을 실현시킨 주인공이다.

철강업계 신년인사회, 철의 날 기념식, 철강업계 마라톤 대회 등 각종 행사에서 단상이나 무리들 중 맨 앞줄에는 늘 김 부회장이 모습을 보였고, 신 전 사장은 참관객 무리들 속에 서 있었다. 심지어 현대하이스코 사내행사에서도 되도록 행사의 주제는 김 부회장이 맡고 있다. 회사 경영에서 부딪치는 많은 고민거리는 그와 상의해 결정했으며, 마지막에는 스스로 결정했지만 회사를 떠나기 위해 과정에서도 김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 회장 직함을 달고 있었지만 그는 철강업계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김 부회장과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 맏형 노릇을 해왔다. 신 전 사장에게 있어 김 부회장과 박 부회장이라는 존재는 ‘장인어른’과 동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믿고 따를 수 있었다.

김 부회장의 그늘 아래에서 10여년 동안 성장해 온 신 전 사장은 기 축적한 유·무형 자산을 바탕으로 ‘신성재의 현대하이스코’로 승화시키기 위한 꿈을 눈 앞에 뒀다.

즉, 당진 2냉연공장은 현대하이스코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전환점이었다. 당진 2냉연공장을 끝으로 회사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 돼 이제는 수확만 남겨 두고 있었다. 그런데 정식 가동도 시작하지 못한 채 냉연사업 부문을 현대제철에게 양도한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사세 확장을 노리던 신 전 사장은 물론 현대하이스코 임직원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규모의 사업을 전개하고자 하는 의욕에 차 있던 신 전 사장으로서는 CEO로서 맛본 가장 큰 좌절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의 구상, 그룹의 정책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신 전 사장으로서는 “내가 아들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자괴감을 떠 올릴 만 했을 것이다.

올 초 열린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김 부회장조차 동종 업계 인사들과의 대화하면서 “다 줬어. 남은 게 없어”라는 말로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이날 신 전 사장은 출장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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