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에 집중된 한국경제…가계소득 쪼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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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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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NI 가계소득 비중 감소 OECD 2배 속도

  • 전문가들 “기업에 편중된 국민소득 구조개선 시급” 지적

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한국경제가 기업소득에 집중되면서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에서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기업과 가계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 감소 속도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2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인소득 비중 증가 속도는 OECD 국가의 4배에 달해 한국의 가계와 기업 소득 격차 심화 정도가 다른 국가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1995년 70.6%에서 2012년 62.3%로 8.3%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OECD 국가 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 평균은 71.9%에서 67.7%로 4.2%포인트 하락해 한국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총소득에서 가계 비중이 내리고 기업 비중이 올라가는 현상은 OECD 국가 공통적이지만 한국의 속도는 OECD 평균보다 매우 빠르다”며 “한국이 OECD 국가에 비해 가계·기업 간 소득격차가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인에 대해 자영업자 소득 증가 둔화, 가계와 기업 간 순이자소득 격차 확대 등을 꼽고 있다. 

◆ 기업에 집중되는 소득…아무리 벌어도 제자리

가계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현상은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데다 그나마 늘어난 소득도 기업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기업이 배당과 임금을 늘려야 가계소득 증가→소비 확대→투자 증가 등 경제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이런 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고용이 늘어나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구조도 허물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경제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성과에도 악영향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재계의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실제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정부나 연구기관의 경기 회복세 소식을 접해도 다른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아무리 저물가 시대라고 해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는 느낌이다.

한 중소기업 중견 관리자는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월급명세서를 비교해보니 월급이 10만원 정도 올랐는데 세금이 4만원 늘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늘었다”며 “결국 월급이 올랐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경기가 좋아진다는데 내 주변에는 살기 좋아졌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때에는 분배구조가 악화돼 근로자 몫이 줄어든다”며 “자영업 경기가 나빠 개인사업자 사업소득이 악화된 점도 가계 소득이 정체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라고 진단했다.

◆ 가계소득 늘어야 경제 회복 가능…정부 정책이 관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 방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계소득이 되살아나야 전체적인 경제 체질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가 담긴 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소득 창출 근원인 기업과 소비 주체인 가계가 살아나야 한다”며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기업 성과가 일자리와 근로소득을 통해 가계부문으로 원활히 흘러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정책이 실질적으로 가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성이 늘어난 만큼 기업이 임금, 배당, 투자 등의 형태로 자금을 선순환 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유인책이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증가율이 비슷하게 움직이다가 2008년 이후 격차가 벌어졌다”며 “가계와 기업이 완전히 단절됐다. 한국 소득분배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가계로 돈이 안 가는 것이 핵심 문제다. 기업이 고용이나 투자, 배당을 하거나 직원 월급을 올리도록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정당하게 가져가야 할 몫을 대기업이 부당한 방법으로 가져가는 일은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역시 “결국 소득 분배의 문제다. 우리나라 기업 노동생산성은 과거 추세와 거의 차이 없이 일정하게 높아지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질임금이 정체돼 있다. 가계소득이 정체되면서 남는 게 기업소득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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