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5년전부터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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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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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배경(하)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그룹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구조개편에 따라 계열사의 통합‧분할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에 1일 발표된 양사의 합병도 구조개편에 따른 갑작스런 결정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양사는 당초 추석 이후 정식으로 합병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31일 한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이날 오전 7시 30분 긴급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 직원 모두 전날까지 합병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후문이며,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이사회 후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통합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상황으로 놓고 보면 갑자기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과거를 더듬어 보면 이미 5년여 전부터 양사간 합병시 시너지를 측정해 왔다.

지난 2010년 3월 박기석 당시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증권사 에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상품 다각화의 일환으로 해양 플랜트인 ‘부유식생산저장설비’(FPSO) 진출을 모색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을 통해 양사간 사업 제휴는 공론화 됐고, 사실상 이 때부터 합병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대한 고밍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5년여의 준비 통해 결실 맺어
FPSO를 비롯한 해양 플랜트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사실상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을 구성하는 핵심설비인 플랜트 인프라는 해외 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수주를 하고도 정작 우리 업계가 거둬들이는 금액은 전체 수주액에 비해 적었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해양 플랜트에 육상 플랜트 전문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이 해당기자재를 제작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진 차원에서 논의돼 온 제휴는 2012년 첫 결실을 맺었다. 그해 양사는 영국의 엔지니어링 업체 에이맥(AMEC)과 해양엔지니어링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또한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오프쇼어 사업본부 인력 100명을 투입해 설계를 지원했다. 직원들간의 교류도 활발히 이어져 플랜트 분야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 출신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운영총괄 부사장으로 이동했던 박종흠 부사장은 한 달여 만인 2013년 8월 회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영입한 이탈리아 엔지니어링업체 사이펨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을 지낸 미셸 레네를 부사장을 삼성중공업으로 전보 발령하는 등 최고 경영진의 교류도 이어졌다.

여기에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올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규모 경영진단을 실시한 것도 보다 빠른 시일안에 통합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경영진단을 통해 양사는 각각 거액의 체인지 오더(공사 과정에서 발주처 또는 선주의 요구 등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대금)를 회계에 선반영함으로써 재무적 투명성을 높였다. 덕분에 두 회사는 올 2분기 뚜렷한 실적 회복세를 나타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합병을 발표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으로 놓고 봤을 때, 두 회사의 선 비용 반영은 결국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었냐고 본다. 통합 후 부실이 발견됐을 경우 기업가치 하락 및 합병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이를 털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22조원, 매출 25조원 기업으로 변신
2013년 기준으로 양사는 합병 후 자산 약 22조원, 매출 약 25조원, 직원수 2만여명의 거대 회사로 탈바꿈 하며, 삼성물산(자산 21조원, 매출 약 19조원, 직원수 1만125명)을 넘어서는 그룹내 최대 비전자 계열사로 등극한다.

합병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게 됐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육상 화공플랜트 중심에서 고부가 영역인 육상 액화천연가스(LNG)와 해양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 종합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설계·구매·제작)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며, 오는 2020년에는 연 매출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주목해 봐야할 부문은 삼성물산과의 추가 사업 구조개편이 진행될지 여부다. 삼성물산은 그룹의 모태이자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순환출자 연결 고리의 핵심이다. 당장은 추가 계획이 없다는 게 삼성그룹측의 입장이지만, 연말까지 3개월 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의외로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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