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담배 필 곳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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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30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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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을 맞을 때면 어릴때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계시는 친척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러 다녔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자가용이 없었던 터라 시외 완행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방문하곤 했는데 버스 안에서 피우는 어른들의 담배 냄새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다.

당시에는 차 안에서의 흡연이 허용되었던 때여서 버스기사나 택시 기사는 물론 승객들도 누구나 옆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말 한 마디도 없이 버젓히 담배를 피워 물을 수 있었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 졌지만 그때는 버스나 택시 의자마다 재떨이까지 있었고 담배에 불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시가잭'도 있었다. 

시골길 버스 안에서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이었다. 가뜩이나 덜컹거리는 차 때문에 멀미가 나서 죽겠는데 담배냄새까지 나니 여기저기서 구토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른들은 저렇게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담배를 왜 피우는 걸까.

군대에 가서 훈련을 마치면 교관이나 조교가 어김없이 하는 말이 있었다. "담배 일발 장진"

힘든 훈련을 마친 병사들에게 마치 포상처럼 주어진 '담배 한 대 빨 수 있는 기쁨의 시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난생 처음 담배를 물어본 이들은 적응안됀 담배연기의 독한 기운 때문에 픽픽 쓰러지기까지 했다.

90년대 말 캐나다에서 재밌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식당은 물론 술집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의회에 상정됐다는 것이었다.

그때 그게 무슨 소린가 했다. 술집에서까지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어디서 피란 말인가. 불현듯 시외버스 안에서 보란듯이 담배를 피워물던 아저씨들의 모습이 떠 올랐다.

캐나다에서 그런 소식을 접한 뒤 한참 뒤에 한국에서도 비슷한 소식을 접하게 됐다. 공공건물 안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물론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흡연은 금지됐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건강이었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널리 알려지면서 이러한 조치들이 이뤄진 것이다.

그나마 실외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으니 끽연자들에게는 다행이었다. 밤마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피는 불쌍한(?) 가장들과 건물 앞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입에 문 회사원들의 모습은 그 시대 한국의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으로까지 보여지곤 했다.

그런데 이제 미국에서는 실외에서도 맘대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됐다.

도시와 건물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경우 건물 출입구로부터 20~30피트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간접흡연으로 느낄 수 있는 불쾌감과 건강을 생각한 조치인 것이다.

심지어 바닷가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메릴랜드의 유명한 바다휴양지인 오션시티의 시의회는 지난 26일 바닷가와 보드워크, 즉 인도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는 흡연규제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내년 5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 거리마다 이를 알리는 판이 설치되고 흡연금지를 알리는 캠페인도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은 담배제조회사의 입김이 엄청 센 나라다.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대는 덩치 큰 돈줄이기 때문에 흡연으로 인한 건강문제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은 국민보다는 담배제조업체 쪽을 더 챙기곤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흡연구역이 계속 확산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건강을 해치는 요소를 없애는 것 또한 국가가 해야 할 가장 큰 의무 중 하나일 것이다.

어렵겠지만 국민 스스로가 담배를 끊고 국가는 그것을 돕고, 그리고 비흡연자의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는 그러한 조치들이 더 많이 나오고 실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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