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우리의 자화상(自畵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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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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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사진= 동아시아센터 제공] 

1806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로이센이 위기에 처하자 철학자 J. G.피히테가 적군의 점령 하에 있는 베를린학사원 강당에서 행한 우국(憂國) 대강연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일 국민에게 고(告)함>이라는 명연설이다. 매 주 일요일 오후에 있었던 이 강연을 통해 피히테는 독일 재건의 길은 무엇보다도 국민정신의 진작(振作)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여 독일 국민의 분기(奮起)에 커다란 힘이 됐다.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에서 32번 싸웠는데 독일이 한 번도 프랑스에 싸움에서 진 일이 없다. 그런데 전쟁에서는 이긴 일이 없다. 다시 말하면 싸움에서 진 일이 없는데 전쟁에서 이긴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나폴레옹 또한 전쟁에서 한 번도 독일을 이긴 적이 없다. 철학사에 불멸의 자취를 남긴 피히테는 자신의 철학적 입장에 서서 독일 국민의 역사적 사명을 강조하며 새로운 역사의 전개를 전망 했던 것이다.

우리와 같이 모국어를 빼앗겨 피 점령국의 슬픔과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 프랑스 국민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킨 알퐁스 도데의 단편집 <월요 이야기>(1873)에 수록된 <마지막 수업>의 다음 장면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모두들 이런 식으로 매일 생각했었지. ‘괜찮아, 시간은 충분해. 내일 배우면 되지 뭐.’ 그런데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제 알게 된 거야. 지금 저들은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말할 수도 있는 거야. ‘뭐. 너희들이 프랑스 인이라고? 너희 나라 말을 읽고 쓸 줄도 모르면서?’ 프란츠. 가장 죄가 많은 것은 네가 아니란다. 우리 모두 다 스스로 반성하고 자신을 꾸짖어야만 해. 부모님들도 너희들의 교육을 별로 원치 않았어. 그분들도 몇 푼의 돈을 더 벌겠다고 너희들을 밭이나 실 뽑는 공장으로 보내려 했으니까. 이 선생님은 잘못이 없었을까? 수업을 하지 않고 너희들로 하여금 내 꽃밭에 물을 주게 했었지. 또 송어를 잡으러 가고 싶으면 거리낌 없이 너희들의 공부를 쉬게 했었지.” 이어서 아멜 선생님은 프랑스 말에 대해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프랑스 말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분명하며 가장 견실한 말이라는 것과, 이 언어를 우리의 가슴속에 간직하여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한 민족이 노예가 되더라도 그 언어를 잘 보유하고 있는 한 그것은 마치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오늘 우리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국민정신을 일깨워 자립경제력을 갖춘 현대국가를 건설 하고 지난 5000년의 진보보다 더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정치적. 경제적 개혁의 성공과 새마을 운동을 통한 의식개혁, 사회기강과 법질서의 확립 등 . 그러나 오늘날 드러난 우리의 맨 모습에 모든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작금에 드러난 일련의 사건과 사고들은 우리의 참 모습이 과연 이 수준 이었던가 하는 회의와 함께 심한 자괴감으로 공동체의 연대의식 마저 심하게 훼손 되고 있다. 이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 하고 공동체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관료들의 헌신적 기여를 모르는 바 아니나 관록 보다는 의욕과 능력으로, 경력 보다는 창의와 실천을 통해 귀감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민족은 일찍이 커다란 도전에 직면 하였을 때 모든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큰 발전으로 거듭난 경험이 많은 민족이다. 20세기 내내 우리 민족이 당 하였던 민족의 고난을 헛되이 하지 말고 기필코 한민족 공동체의 통일을 이룩하여야 하는 사명을 지닌 우리로서는 인류 사회의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고 밝히기 위하여서도 오늘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의 반성과 각고의 노력으로 반드시 극복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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