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KB, 망신살 뻗친 금융당국…KB금융 수장 갈등 봉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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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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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경징계로 감경 조치되면서 그동안 중징계를 자신해왔던 금융당국이 난처해졌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추락한 리더십을 회복하고 특히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으로 분열된 조직을 안정화하는 일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불거진 금융당국 책임론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장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경징계 조치했다. 이는 금감원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관련 내홍에 대한 책임과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을 이유로 각각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을 뒤집은 결과다.

이로써 금감원은 무리한 제재를 추진했다는 비난과 함께 제재심 결정이 지연된 약 2개월간 경영공백을 야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뒤 감사원의 지적에도 기존 중징계 방침을 유지해왔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초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 뿐만 아니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금융권 내에서는 금감원의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두고 다소 무리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일례로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한 임 회장의 징계사유가 꼽힌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KB국민카드 분사 당시 고객정보 이관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으나 감사원은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금융위는 징계 사유를 사업계획서 미이행으로 변경했다.

이 행장 역시 제재 근거인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및 주전산기 교체 내홍에 대한 책임이 미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도쿄지점 부당대출의 경우 당시 이 행장이 리스크담당 부행장을 역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책임이 크지 않고, 주전산기 교체는 자진해서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중징계 처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영록·이건호 자리보전 성공…현안은 산적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자리보전에는 성공했지만 그동안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데다 당면 과제들도 산적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당장 국민은행 노동조합(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이 이들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가 경감됐다 하더라도 범죄행위가 분명히 수반된 것"이라며 "징계처분은 그 잘못에 대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어 "징계 경감은 회장과 행장 등 경영진 간 내부 갈등으로 인한 숱한 문제를 야기한 데 그치지 않고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 KB는 더욱 깊숙이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국민은행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의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서로 간의 갈등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KB금융 안팎의 시선은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전산기 교체 관련 내홍에 대해 "아버지(KB금융지주)와 아들(국민은행) 간 다툼에서 아들이 직접 경찰(금감원)에 신고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이들 간 갈등이 없었다고 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행장의 경우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이미 사외이사들과 갈등을 겪은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경영 과정에서 언제든 유사한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 관계회복에도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임 회장을 비롯한 KB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22일 조직 화합을 위해 경기 가평군 소재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제재심 때문에 미뤄졌던 인사 조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 역시 "수순에 따라 전개하면 될 것 같다"며 조만간 인사에 착수할 뜻을 내비쳤다.

KB금융 계열사 중 김진홍 KB생명 사장과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 이희권 KB자산운용 사장, 박인병 KB부동산신탁 사장, 장유환 KB신용정보 사장 등의 임기가 지난말 종료됐으나 그동안 인사권자인 임 회장의 징계가 결정되지 않아 후속 인사 없이 자리를 지켜왔다.

국민은행에서는 이헌 서영업추진본부 부행장, 임병수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민영현 상품본부 전무, 박정림 WM사업본부 전무의 임기가 끝난 상황이었으나 계속 근무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 행장은 22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우선 과제로 주전산기 교체 해결을 꼽았다. 그는 "전산시스템 교체 의사결정이 중단됐으니 이사들과 협의해 끌고 나가야 한다"며 "사외이사들과 언제든 논의를 시작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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