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세월호특별법, 대통령이 나설 일 아니다"…유가족의 대통령면담 사실상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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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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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식 39일째 유가족 김영오씨, 21일 오후 3시 박 대통령 면담 신청…새정치민주연합 "박 대통령 참 모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깜짝 면담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가족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제든 만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는 21일 “세월호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법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한 유가족을 박 대통령이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민 대변인은 유가족 김영오 씨에게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의 이 같은 답변은 유가족의 대통령 면담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여야의 세월호법 논의 과정에 청와대가 특정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오해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청와대는 최대한 말을 아낀 채 국회의 논의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두 차례 세월호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유가족의 반대로 야당이 첫 합의안을 파기한 데 이어 두 번째도 의원총회 추인을 유보하는 등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야당과 단식 농성 중인 일부 유가족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과의 만남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제는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20일 저녁 가족총회에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지난 3개월 동안 대통령과의 약속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지켜지지 않았다면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약속 이행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세월호 대국민담화를 앞두고 유가족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깜짝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사고 희생자 및 실종자의 조속한 수습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유가족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모시게 됐다”면서 “그동안 느끼셨던 문제점들과 또 바로잡아야 되겠다는 것들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꼭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1일로 3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전날 오후 청와대 연풍관 민원실을 방문해 박 대통령 면담신청서를 작성했다.

김씨는 면담 신청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하고 가난한 나를 방한 중에 대통령보다도 더 많이 만나주셨다”며 “(대통령이) 한 번은 만나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내일(21일) 오후 3시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도 이날 "박 대통령도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21일 청와대의 유가족 면담 거절에 대해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해 지난 5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진상규명에 있어 유가족에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 ‘유가족을 언제든지 다시 만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정신을 되살려서 대통령과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임해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변인은 또 “거듭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김영오 씨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외면하는 것은 인간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참 모진 대통령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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