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전나무의 싱그러움을 잡다…강원도 평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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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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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처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여름의 흔적은 가시지 않았다.
여름의 끝자락에 싱그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초록빛 나무군단의 향연과 머릿결을 살며시 스치는 청량한 바람을 만끽하고 싶다면 곧게 뻗은 전나무가 빼곡한 숲길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이 있는 강원도 평창으로 떠나, 떠나기 시작한 올 여름의 옷깃을 살며시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나무 향기와 싱그런 바람이 코끝을 자극하다...월정사 전나무 숲길
 

 

오대산국립공원은 평창군, 홍천군, 강릉시에 걸쳐 있다. 그중에서도 평창쪽 코스가 단연 유명하다.

한국 3대 전나무 숲으로 손꼽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올라가는 선재길은 걷기 여행의 행복함을 선사한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동쪽 계곡의 울창한 수림 속에 고요하게 들어앉은 월정사.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대산이 품은 천년고찰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은 반짝이는 햇살과 곧게 뻗은 전나무, 시원한 바람 등 풀빛 여름이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한낮 내려쬐는 따가운 햇살에 안녕을 고하고 늘씬한 전나무 숲이 빼곡한 이 전나무 숲길에 들어선다. 울창한 숲, 그 밑에 펼쳐진 보드라운 흙길 밟으니 건강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이 길은 맨발로 걸으면 더욱 좋다. 살포시 한발한발 내디딜 때마다 가슴속 깊이 쌓여있던 시름이 하나둘씩 사그라지는 듯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서늘한 바람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 순간마다 상쾌함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 보자. 전나무 숲길을 걷는 모든 순간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사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월정사 주차장 근처의 금강교(왼쪽)에서 일주문(오른쪽)까지 이어지는 1km 남짓한 흙길에 불과한 곳이지만 이곳은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함께 이 땅의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왕복을 해도 2km, 고작 도보로 30분 거리인 이 길이 관광명소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라는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길이 명소가 된 이유 중 하나는 길을 걷는 내내 마주치는 전나무, 다른 하나는 숲 지척에 터를 잡은 월정사 덕분이다.

여기에 한 두 가지를 더하자면 평탄하고 곧은 길, 숲 속 동물을 보는 재미일 터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로도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있어 어린아이를 둔 부모도 수월하게 산책할 수 있고 예상하지 않은 순간 숲길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앙증맞은 다람쥐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월정사 전나무 숲을 걷고 난 후 아쉬움이 남는다면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km에 달하는 오대산 선재길의 참맛을 오롯이 맛보며 그간의 시름을 털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양떼목장의 최고봉 대관령 하늘목장, 9월 일반에 개방
 

양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인다.

대관령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양떼목장이다. 대관령, 그리고 그 인근에는 그동안 많은 양떼 목장이 운영돼 왔다.

하지만 단 한 곳, 하늘목장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가 40년만에 그 베일을 벗게 됐다.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 자리잡은 하늘목장은 고랭지의 생태가 잘 보존돼 있고 투구꽃, 노루귀, 벌깨덩굴, 앵초, 얼레지, 홀아비 바람꽃 등 400여 종이 자라고 있는 희귀 식물의 보고다.

1970년대 초 어렵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식량자급’ 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제품을 ‘제2의 식량’으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조성된 곳이 바로 대관령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이다.

이곳은 사회에서 소외받던 ‘거지왕 김춘삼’과 그를 따르는 부랑인 300여명이 개척한 뒤 밑천을 마련해 새 삶을 일궜던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9000만㎡로 여의도의 4배에 달하는 하늘목장은 대관령 최고봉인 해발 1147m의 선자령 바로 옆에 자리잡았다. 특히 삼양목장을 'V자' 모양으로 감싸는 형태로 조성돼 있어 대관령 목장 전체와 동해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늘목장은 목장의 생태와 자연을 친밀하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울타리를 최소화했고 산책로에도 별도의 나무 데크를 설치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목장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양과 소 등 동물을 만나거나 드넓은 초지를 천천히 거닐 수 있고 초원 썰매를 통해 어른 허리만큼 자란 풀들이 빚어내는 초원파도의 장관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됐다.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건초더미로 만든 놀이시설도 들어선다.

놀이터는 비뚤어진 나무 모양 그대로를 이용해 만들었고 말을 타고 목장을 순례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법규상 농기구 외에 차가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목장 전망대까지 트랙터가 끄는 32인승짜리 대형 포장마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하늘목장은 모두 네 갈래의 산책로가 있다. 그중 목장 전망대 부근에서 선자령에 이르는 ‘너른 풍경길’의 풍광은 마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연상케 한다.

너른 풍경길을 따라 걷다 선자령에 이르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듯한 드넓은 자연 초지를 체험하며 목가적인 분위기를 만끽해 보자.

하늘목장에 가면 젖소 400마리, 한우 100여두, 양 수십 마리가 손님을 맞는다.

9월엔 사랑하는 가족 또는 친구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청정지역 ‘대관령 하늘목장’으로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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