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무’ 유승목 “시나리오 보기 전부터 주변에서 출연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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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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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승목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유승목(44)은 지난 1990년 극단 가교의 단원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유승목은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비추며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영화 ‘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웰컴 투 동막골’ ‘괴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내 사랑 내 곁에’ ‘그림자살인’ ‘7급 공무원’ ‘작전’ ‘특수본’ ‘퀵’ ‘늑대소년’ ‘사이코메트리’ ‘한공주’ ‘플랜맨’ ‘몽타주’ ‘고령화 가족’ 등 27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조연과 단역으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오던 유승목은 자신과 인연이 깊은 봉준호 감독의 제작영화 ‘해무’(감독 심성보·제작 해무)로 처음으로 장편영화 주연을 꿰찼다.

당연히 ‘살인의 추억’ ‘괴물’로 인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7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유승목은 “사실 ‘해무’ 출연은 주변 지인들이 적극 추천한 결과”라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 유승목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해무’라는 시나리오가 있고, 제작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 쯤이었어요. 친한 모 감독님이 저에게 ‘해무’라는 작품이 있는데 너와 꼭 맞는 배역이 있더라. 그러니 연락을 해보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냥 넘겨들었죠. 그러고 며칠 있다가 다른 감독님과 술을 한 잔하고 다음날 안부 문자를 보냈더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얼른 ‘해무’ 감독이든 누구든 만나봐’라는 답장이 오는 거예요. 참 희한했죠. 몇 번 그런 제안들이 지인들이 해주길래 ‘운명’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어보지도 않고 유일한 인연이 있었던 봉준호 감독에게 연락을 했어요. 출연하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봉준호 감독님이 ‘나는 좋은데 이번에 감독님이 따로 계셔서’라고 하는 거예요. 하하.”

우여곡절 끝에 심성보 감독과 만난 유승목은 거친 성격의 롤러수 경구 역할을 꿰찼다. 그제서야 시나리오를 접한 유승목은 ‘해무’의 깊은 작품성에 매료됐다. ‘경구’를 연구하고 자신을 대입시키며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의 탄생”이라고 자평한 유승목은 “완성본을 보고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캐릭터 경구에 대해 “6명의 선원 중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은 인물”이라며 “선장 철주(김윤석)와 창욱(이희준), 동식(박유천)이 오히려 극으로 치달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구에 동화되고 싶었다. 상황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는 유승목은 “연기라는 게 다 겪어보고 하는 게 아니라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유승목은 매 작품, 매 배역마다 장고를 거듭하는 배우다. ‘한공주’에서 한공주(천우희)의 친아빠를 연기할 때는 더욱 힘들었다고. 한공주의 친아빠는 딸을 대신해 돈을 받고 가해자들과 합의하는 인물이다.
 

배우 유승목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저도 딸가진 아빠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모라는 사람이 이럴 수 있을까 생각했죠. 이수진 감독님하고 얘기했어요. 그냥 버러지 같은 아빠가 아니라 딸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아빠를 연기하면 어떻겠느냐고요. ‘해무’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가’ 였어요. 어떤 감정일지, 그것부터 정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죠. 배우들도 모여 말했어요. ‘우리 선원들은 모두 일반 평범한 착한 뱃사람’이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죠.”

유승목은 경구 역을 위해 목소리 톤에도 신경을 썼다. 평소에는 중후한 저음이 매력적인 유승목은 순박하지만 욕심쟁이인 캐릭터에 맞춰 톤을 높였다. 오랜 극단 생활에 따른 연극 말투도 최대한 줄였다.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의 대사에 신경을 썼다.

배우들간의 호흡은 최고였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 김윤석, 김상호와는 눈빛만 봐도 서로가 어떤 연기를 할지 알 수 있는 사이다. “현장이 매우 편했다”는 표현으로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도 가장 놀라운 배우는 박유천이었다고.
 

배우 유승목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제일 변신을 크게 했다고 느꼈어요. 저나 김윤석 선배, 김상호, 이희준은 후줄근한 옷만 입히면 뱃사람처럼 보이잖아요. 하하. 박유천은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살도 찌우는 모습에 놀랐죠. 나중에 드라마 ‘쓰리데이즈’를 보는데 깜짝 놀랐어요. ‘박유천 맞아?’ 연기도 잘하더라고요. 또래 친구들과 달리 듬직하고 묵묵히 연기하는 모습에 다들 칭찬했죠. 정말 추울 때 촬영을 해서 발이 꽁꽁 얼었는데도 손난로 하나 달라고도 안하더라고요.”

유승목은 새벽 촬영이 없는 한 매일 오전 6시 수영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렇게 습관을 들였다. 연기활동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그는 “쉬지 않고 좋은 작품, 좋은 역할로, 좋은 연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며 “영화든 드라마든 연기로 얘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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