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 전격 사퇴-손학규 정계은퇴, ‘비노 3인방’ 퇴장…야권 대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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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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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위쪽) 공동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 [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7·30 재·보선 참패 후폭풍이 새정치민주연합을 강타했다.

미니 총선인 재·보선이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나자 3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7·30 재·보선 패배로 제1야당의 ‘비노 3인방’이 잇따라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범야권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부터 내홍에 휩싸였다. ‘비노(비노무현)연대 역습’으로 평가받는 야권통합이 ‘100일 천하’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날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타파를 위한 정치실험은 ‘미완의 완성’으로 끝났다.

지난 3월 26일 야권통합을 단행한 두 공동대표가 불과 4개월(128일) 만에 ‘동반 퇴진’이란 불명예를 쓰게 된 셈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도부 총사퇴 안을 의결했다.

김 대표는 이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며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의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앞서 안 대표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며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구 민주계 9명, 안철수계 9명 등 총 18명의 최고위원들도 사퇴했다. 새정치연합은 당분간 박영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하지만 친노를 내세운 2012년 총·대선 당시 참패한 제1야당이 비노 체제에서도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됨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 고문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7·30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경기도지사와 대통합민주신당 대권 후보, 민주통합당 당 대표 등을 지낸 손 고문이 7·30 재·보선에서 ‘정치 신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게 패하자 야인을 자처한 것이다.

제1야당의 이 같은 공동 운명체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손학규·김한길’호나 ‘김한길·안철수’ 연대는 ‘세력 교체’와 ‘세력 통합식’ 국면전환의 결과물에 불과했다. 제1야당의 첫 번째 조건인 수권정당화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구 민주당 시절 비노의 구심점이었던 김 대표는 2012년 총·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친노의 패권주의와 외연 확장 실패를 고리로 ‘비노 체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내용적인 혁신은 간데없고, ‘세력 교체’라는 형식적 깃발만 나부낀 꼴이다.

김한길호 출범 이후에도 구 민주당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르자 ‘전략가’인 김 대표는 거대 양당 타파를 명분으로 제3지대 독자 노선을 추구하던 안철수 공동대표와 전격적인 통합을 단행했다.

친노와 대립각을 세우던 안 대표를 비노 연대 안에 끌어들이면서 중도 강화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의 인사 쇼크 등의 반사 이익으로 새정차연합의 지지율이 26.2%(리얼미터 7월 넷째 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2.0% 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두 공동대표의 리더십 진공 상태는 ‘참사 정국’ 내내 이어졌다.

7·30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기동민·권은희’ 전략공천 파문도 비노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와 맥을 같이한다.

광주 광산을 지역에 출마 선언을 한 기 전 후보를 서울 동작을에 꽂아 넣고 그 자리에 권은희 현 당선인이 꿰차는, 이른바 편법 공천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전략 부재의 결정판이었다.

또한 과거 군부 독재 시절부터 야당이 써온 ‘민주 대 반 민주’의 구도의 2013년판인 ‘박근혜 대 반 박근혜’ 구도에 매몰되면서 국민적 피로감만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결과 정부 실정에만 의존하는 정략적 정치, 집권여당의 헛발질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리더십, ‘이명박근혜’ 프레임에 의존하는 전략 부재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문제는 비노의 대안이 또다시 친노로 귀결되는 세력 교체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친노→비노→친노’ 등 세력만 교체하는 식의 혁신으로는 수권 정당화의 길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금 야당에 중요한 것은 진중한 반성과 성찰이지, 세력 교체가 아니다”라며 “또다시 ‘헤쳐모여’만을 위한 정치 공학적 행보를 보인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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