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억 투입한 로봇물고기, 헤엄도 못치는 불량품…4대강에 한번도 투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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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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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주진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강물의 수질을 조사하기 위해 57억 원을 들여 개발한 ' ‘생체모방형 수중로봇(로봇물고기)’이 헤엄도 치지 못하는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회 감사 요구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을 대상으로 로봇물고기 등 산업 기술 분야 연구개발(R&D)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총 48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로봇물고기는 4대강 수질 조사를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원주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4개 연구 기관이 산업기술연구회로부터 57억 원을 지원 받아 2010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개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수질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봇물고기 사업을 홍보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했지만, 막상 4대 강에는 한번도 투입되지 않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산업기술연구회는 로봇물고기 개발이 완료된 뒤 최종평가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는 생산기술연구원이 제출한 최종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로봇물고기에 대해 연구목표 달성도(40점), 기술적 우수성(40점), 경제적 우수성(20점) 등을 평가해 86.2점을 내렸다.

그러나 감사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제출한 최종 결과 보고서에는 유영 속도 등 정량 목표 측정 결과가 일부 누락돼 있었다”며 “최종평가위원회는 최종 결과 보고서에 누락된 지표를 애초 사업 계획서에 나온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수치를 속여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최종 결과 보고서 성적을 크게 부풀려 사업이 성공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 감사원이 로봇 전문가들과 한강물환경연구소에서 로봇물고기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 KITECH이 개발한 9대 중 7대가 고장 난 상태였고 2대 만 작동했다. 그나마도 로봇물고기 성능과 관련한 7개 목표 항목 중 3개는 발표치에 미달했고 4개는 고장으로 아예 확인이 불가능했다.

우선 로봇물고기 '유영속도'의 경우 KITECH은 초속 2.5m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테스트에서는 0.23m에 그쳤다. '수중통신속도'와 '통신거리'도 각각 200bps(1초에 전송할 수 있는 비트 수), 50m로 측정돼 목표치인 4800bps, 500m에 한참 못 미쳤다.

'이항거리'는 KITECH이 목표치인 1㎞를 달성했다고 했지만 이는 직선 거리로 1㎞를 이동한 것이 아니라 50m 거리의 두 지점을 왕복토록 하고 누적 거리를 합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로봇물고기에 수온·산성도·전기전도도·용존산소량·탁도 등 5종의 생태 모니터링 센서를 장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탁도 측정 센서는 장착돼 있지 않았다. 특히 테스트 도중 센서가 장착된 로봇 작동이 중단돼 전기 전도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측정이 불가능했다.

감사원은 산업기술연구회 등에 로봇물고기 연구 과제를 재평가하고 연구비를 부당 집행한 KITECH의 연구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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