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가난과의 전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7-27 00:5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지구촌 곳곳에서 국가간 또는 국내 세력들간에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포탄에 어린 아이들까지 죽어 나가고 있다.

병원마다 부상자가 넘치고 구호식량을 얻기 위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밥그릇을 들고 구호트럭 뒤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하지만 전쟁과 함께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가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이 먹을 것이 없어 숨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어릴때 밥투정을 하면 부모님들은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밥이 정말 먹기 싫었던 아이는 생각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굶어 죽는거랑 내가 밥 먹기 싫은거랑 무슨 관계가 있나' '내가 밥을 남기지 않고 먹으면 아프리카 아이들도 잘 먹게 된다는 건가'하고 말이다.

그만큼 먹을거리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가난'은 나와 상관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고, 하루 세끼를 꼬박 꼬박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의 절박함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세상 어딘가에는 하루 한끼도 먹을 형편이 안돼 촛점없는 눈으로 굶주린 배를 움켜잡은채 하루종일 누워있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 25일 '2013년도 인간개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빈곤상태에 있는 인구가 전세계적으로 15억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빈곤상태에 빠질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는 차상위계층은 8억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인구 70억명 중 3분의 1 가량인 23억명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소득만을 놓고 봤을 때 하루 소득이 미화 1.25달러 이하인 절대빈곤층 인구는 12억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4달러 짜리 햄버거의 절반값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절대빈곤층의 4분의 3미 농촌지역에 살고 있다며 사회 구조적 요인이 가난에 대한 취약성을 결정한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잘 사는 나라라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은 있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에도 빈곤층은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나가면 거리 곳곳에서 노숙자가 구걸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통계에 따르면 끼니조차 해결이 안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미국인은 전체 국민 6명 가운데 1명꼴인 5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년 전 미국 정부가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UNDP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가 보편적 사회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득 국가가 아니라도 더 늦기 전에 복지정책을 시작해 전체적인 빈곤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 시급하다. 지금 당장 나는 잘 살고 있으니까, 밥 굶을 일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남의 나라 또는 다른 사람 이야기니까 하며 무관심하다면 이 세상에서 가난이 없어지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고 더 늦춰질 것이다.

식사 때마다 밥상 위에 음식이 올라오기까지 수고한 농부와 어부, 그리고 자연과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밥투정 할때 부모님이 말씀하셨듯이 우리처럼 먹지 못하는 아프리카나 북한 주민들을 생각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고, 나보다 못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져야 한다. 남이 잘되어야 나도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은 가난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