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세상과 이별한 아들 딸들에게 보낸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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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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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체육관 입구에 걸린 추모시, 사진=(진도) 박성준 기자]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아직 펴보지도 못한 10대 학생 200여명이 세상을 등졌다. 봄꽃 같은 아이들을 평생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들은 앞으로 살 날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진도 팽목항 바닷가에서 하얀 쌀밥에 햄버거, 음료수 등으로 밥상을 차린 한 엄마는 살아서 실컷 먹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스스로 책망한다. 비통한 부모의 심정이 담긴 추모시가 세월호 침몰 9일째인 지난 4월 24일 진도실내체육관 입구에 내걸렸다.

"아들아 내 딸아

봄의 새싹 같은 내 아들아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봉우리 같은 내 딸아,

봄을 맞아 바다에 갔거늘
따뜻한 봄을 피우려 바다에 갔거늘 어디 있느냐

어디쯤 가라앉아 있는냐
차디찬 바다 속이 싫어

시커먼 바다 속이 무서워
하늘로 올리웠느냐

가만히 있으라는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려
아직도 차가운 물 속에 움크리고 있느냐

너의 젊음도 너의 꿈도 모두 뒤집혀
끝내 사라져버렸구나

바다를 뒤집어 엎을 수만 있다면
바다를 뒤집어 엎어

네게 다시 숨을 쉬게 해 줄수만 있다면
내 숨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구나

내 몸을 녹여 통로를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녹여
네가 빠져 나올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아!
바다가 싫어 괴물처럼 시커먼 입을 벌려
너를 삼켜버린 바다가 싫어

하늘로 가버렸다면
파란 눈을 뚝뚝 떨구는 하늘에 창을 내어
네 얼굴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내 가슴 찢듯 하늘을 찢어
네 모습을 딱 한번만이라도 안아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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