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임대소득 과세는 판도라의 상자"…꿈쩍도 않는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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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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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과세·금융규제 완화에도 관망세 지속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발표에도 주택시장은 잠잠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 전경.[사진=권경렬 기자]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임대소득 과세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이미 건드린 이상 전면 철회가 아니면 위축된 심리를 되살리기 어렵다. 실제 걷을 수 있는 세금은 얼마 안되는데 살아나던 시장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시장을 모르는 행정가들이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만드니까 이런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행운공인 김성일 대표)

정부가 지난 13일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에 따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일부 완화했지만 서울시내 주택시장은 미동도 없었다. 3주택자에 대한 임대소득 종합과세를 연간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로 완화했지만 이미 위축된 시장 심리를 돌이키기에는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방문한 강남지역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가뭄에 콩나듯 걸려오는 문의전화 외에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발표에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가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폐지를 시사했지만 시장에 불씨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역삼동 디오빌공인 김상휘 대표는 "그동안 정부의 주택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단순 발표만으로는 아무도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며 "DTI·LTV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금에서 발생한 문제를 금융으로 푼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곡동 렉슬아파트 85㎡(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올해 초 11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3월 이후 거래가 끊겼다. 현재 매물도 11억원 이하 매물이 나오고 있다. 10억9000만원까지 거래됐던 대치동 아이파크 아파트 84㎡ 역시 이달 들어 거래가 없고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 기준 10억원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김상휘 대표는 "지난주 임대소득 과세 일부 완화 발표 이후 아파트의 경우 전혀 영향이 없고 2억~3억원 선인 주상복합에 있는 소형 오피스텔에 대한 문의만 일부 늘었다"며 "그나마 문의만 있을 뿐이고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임대소득 과세 유예기간을 기존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연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치동 행운공인 김성일 대표는 "어차피 몇 년 뒤에 과세할 거였다면 왜 미리 발표해서 분위기만 다 죽여놓느냐"며 "지난해 이후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임대소득 과세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주택 시장에서 아예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2·26 대책 이후 "임대소득 과세 방침은 시장에 영향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이 역시 시장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통계에만 기대 내놓은 결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3·4월 주택 실거래가 기준 거래량은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어 시기적으로 임대소득 과세 방침 이후 거래량이 줄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593가구로 전년 동월(9537가구) 대비 20.38% 감소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같은 기간 39.7%나 줄었다.

여기에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아파트 거래량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송파구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말로만 규제 완화를 말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하반기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전세 보증금에 대한 과세 소식에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들만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임대소득 과세 기준 완화와 DTI·LTV 완화 검토 만으로는 가을 성수기 주택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여름 비수기 동안 세제 및 규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막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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