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우리는 왜 홍가혜를 믿고 싶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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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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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위)홍가혜 (아래)오열하는 실종자 가족 [진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실종자와) 실제 통화된 분도 있고, 잠수부 중에 배 갑판 하나, 벽 하나를 두고 대화를 시도해 대화가 된 분도 있습니다. (당국이) 나와 있던 사람들(민간 잠수부)에게 한다는 소리가 ‘시간만 대충 때우고 가라’고 했답니다.” - 홍가혜 MBN 인터뷰 중

말도 안 되는 허언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뿐만 아니다. ‘아직 생존해 있다’ ‘세월호 식당칸에 ○○와 함께 있다’ ‘선체 내부에 시체가 엉켜 있지만 상부에서 꺼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등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슬픔에 빠진 국민을 움켜잡고 흔들었다.

세월호 침몰 직후인 지난 16일, 생존자가 보냈다는 문자로 시작된 루머는 정부가 구조를 거부한다는 음모설을 거쳐 잠수함 충돌설까지 황당한 내용으로 변질돼 갔다. 압권은 자신을 민간잠수부라고 주장한 홍가혜의 MBN 인터뷰였다. 민간잠수부가 생존자를 확인했지만 구조 당국이 민간잠수부의 작업을 막고 있다는 홍가혜의 공언은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들끓었던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생존자가 있다’는 뜬소문을 퍼 날랐던 네티즌은 3월 평균 시청률 1.682%에 불과한 종합편성채널 MBN의 보도를 무한 재배포하며 해당 인터뷰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끔 만들었지만 허언증 환자의 헛소리로 판명됐다.

정부가 초기 사고 대응에 실패하면서 불신을 자초하자 진실에 목이 마른 대중이 루머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사고를 총괄해야 할 부처의 부제 속에 해수부·안행부·해경 등 별도의 사고대책본부가 난립했다. 정홍원 총리를 본부장으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기도 했지만 다시 본부장을 이주영 해수부 장관으로 교체하는 등 혼란은 극에 달했다. 해경 브링핑, 국방부 브리핑, 안행부 브리핑…브리핑은 많고 많은데 발표 내용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탓에 믿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정신 바짝 차리고 제 할 일에 열중해야 할 국회의원은 관심 끌기에 혈안이 돼 뜬소문을 퍼다 나르면서 시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다른 사람 글과 동영상을 게재해 경찰조사까지 받았다. 강기갑 전 의원은 홍가혜의 인터뷰를 내보낸 MBN이 허위보도임을 인정한 다음에도 해당 보도를 리트윗해 눈총을 샀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까지 기존 편성을 뒤엎고 격양된 표정의 앵커를 들이밀며 하루 온종일 뉴스만 해대는데 재방송이라도 보는 양 똑같은 내용뿐이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언비어가 활개를 치는 이유로 “관계 당국과의 소통과 정확한 정보의 부재”를 꼽았다. “새롭고 정확한 뉴스에 대한 갈망이 있는 상태에서 사실을 전달해야 할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것. “채널 오류(애용하는 채널의 정보를 더 신뢰함)에 빠진 SNS세대는 떠도는 루머를 아무 의심 없이 퍼나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특별 회의에서 “SNS와 인터넷을 통한 온갖 유언비어와 루머가 많다”며 “거짓말과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부 스스로가 사회적 분열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잔 밑을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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