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빼앗긴 벚꽃을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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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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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선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린다. 봄철에 활짝 벚꽃을 보러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가족과 연인들이 워싱턴DC를 찾는다.

워싱턴DC의 벚꽃축제의 정식명칭은 ‘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이라고 불린다. ‘국립’이라는 이름에서 수 있는 것처럼 워싱턴DC의 벚꽃축제는 특정 지역의 작은 행사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마련되는 행사라 할 수 있다.

행사기간 동안 대통령 영부인이 직접 참석해 묘목까지 심는 것을 보면 행사가 중요도가 얼마나 큰지 집작할 수 있다.

워싱턴DC 꽃축제의 유래는 일제강점기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10년 한일합방조약이 있은 뒤 2년 뒤인 1912년 당시 일본의 수도 도쿄의 유키오 오자키 시장이 벚나무 3000그루를 미국 정부에 선물한다. 이에 앞서 한일합방조약이 강제 체결됐던 해인 1910년 2000그루를 먼저 보냈지만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자 1000그루를 더 얹어서 다시 보낸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벚나무를 보냈다고 밝히고 있으며, 미국측도 아직까지 이 벚꽃나무를 한일 양국간 우정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정의 선물을 보내고 나서 얼마 뒤인 1941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미해군기지를 공격했는데도 말이다.

1927년 첫 워싱턴 벚꽃축제가 열린 이후 1935년부터는 축제가 2주동안으로 늘어났고 2012년에는 일본으로부터 ‘벚꽃나무 선물’을 받은지 100주년을 맞아 무려 5주동안을 축제기간으로 정하고 성대히 기념했다.

워싱턴DC의 벚꽃축제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해마다 15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벚꽃을 보기 위해 워싱턴을 찾고 있으며 값비싼 부대행사 티켓도 발매가 시작되자 마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국인들은 벚꽃을 보며 일본을 생각하고, 벚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일본을 동경한다. 마치 일본을 ‘신비의 나라’ ‘미지의 나라’로까지 여기며 ‘일본’ 하면 ‘벚꽃’, ‘벚꽃’하면 ‘일본’을 자동적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지만 벚꽃은 일본의 국화, 즉 나라꽃이 아니다.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정한 나라꽃은 없다. 다만 오래 전 천왕이 좋하던 천왕가의 꽃이다. 조금 비약한다면 그 천황도 백제계라는 학설이 맞는다면 그 사실만 갖고라도 벚꽃은 한반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벚꽃은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학계 발표가 나온지도 오래다. 이같은 사실은 미 연방 농무부의 유전자 검사에서 확인됐고 1935년 일본의 식물학자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연방 의회가 지난 1943년 워싱턴DC에 심어진 일본의 선물, 벚꽃나무가 ‘한국산’임을 확인하는 결의안이 발의됐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연방 상하원에 제출된 결의안은 ‘워싱턴DC에 심어진 벚꽃나무들은 일본산이 아니라 한국 울릉도가 원산지로 상하원은 이들 벚꽃나무가 한국의벚꽃나무임을 선포한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워싱턴DC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에서는 ‘일본산’으로 잘못 알려진 워싱턴DC의 벚꽃나무의 진짜 이름을 찾아주기 위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물론 일본도 꽃을 선물하면서 ‘이것은 일본 꽃입니다’ 하진 않았을 것이다. 누구든 예쁜 꽃을 선물로 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벚꽃을 보면서 일본을 떠올리고 동경하는 모습이 기쁜 나쁜건 사실이다.

미국과의 우호관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가 됐든 전세계 모든 나라가 꽃이나 나무, 또는 동물을 봤을 때 한국을 떠올리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가고픈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는지 아쉬울 뿐이다.

워싱턴DC에 있는 국립동물원에 가면 팬더가 있다. 어미 팬더가 새끼를 나을라치면 미국 언론이 달려들어 취재경쟁이 치열해진다. 사람들은 귀여운 모습의 팬더를 보며 중국을 생각한다. 언론에서 아무리 중국의 단점을 들춰내도 팬더의 귀여운 웃음과 몸동작을 보는 일반인들은 중국과 중국인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진주만 공격이 언제 있었냐는듯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며 일본과의 우정을 다시 되새기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한국도 이제는 그런 것 하나쯤은 만들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이 선물한 벚꽃처럼 100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그런 것 말이다. K-POP이다 한류 모두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오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주도 하루방처럼 비바람에도 깎이지 않고 오랫동안 그 그윽한 미소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그런 것 하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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