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증권사 '착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4-14 14: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A씨는 2013년 말 퇴사한 대신증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24년간 근속해준 데 대해 감사패를 수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화를 받은 뒤 A씨는 되레 속이 뒤집혔다.

A 씨는 2013년 6월 대신증권에서 실적 부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이 프로그램 대상이 되면서 월급은 반으로 깎였다. 우수 직원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적 목표치도 할당됐다. A씨가 이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자, 회사는 달마다 서울 북한산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찍어 제출하도록 했다.

결국 A씨는 쫓기다시피 회사를 나왔다. 회사가 A씨에게 준 것은 3개월치 월급이 전부였다. A씨는 "자녀가 아직 중학생, 고등학생"이라며 "퇴직금도 못 받고 나와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회사가 경영상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나 보상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대신증권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점포 대형화라는 전략 아래 전국 지점 수를 19개에서 5개로 줄이고 있다. 없어지는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새 거점 점포로 옮겨야 한다. 대전에서 서울로, 경주ㆍ창원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식이어서 반발이 거세다. 차라리 희망퇴직을 실시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증권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차장급 기준 보상금이 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 아니라 직원에게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고, 적절한 위로금도 챙겨주는 것이다. 

증권사 임직원 역시 구조조정 없이는 침몰하는 회사를 구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는 직원에 대한 '예의'는 필요하다. 회사가 어려워진 책임이 직원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되레 경영실패에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회사 오너나 최고경영자일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