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하지 않은 조각' 김종영 미술관 '무위의 풍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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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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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근대추상조각 선구자 김종영의 작품세계 한눈 조각 드로잉 서예등 6월1일까지 전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불각(不刻). '조각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일까.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억지로 군더더기를 붙이려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각의 미'로 압축된 한국근대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又誠) 김종영(1915∼1982)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이다. 

 그의 작품은 기교의 세련됨을 경계했다.  MSG가 빠진 맛이랄까. 본질을 살린 원초적인 힘이 강하다. 꾸미지 않아 무심한듯하지만 존재감이 빛난다. 나무답고, 돌답고, 금속다움을 유지한다. '자연속의 인간은 늘 겸허한 존재'를 일깨운다.

 
 심플한 작품과 삶은 닮았다. 34년간 평생 교육자로, 평생 조각가로 산 김종영은 '세속적인 것에 관심을 갖지않고 드러냄없이 말없는 가르침을 행했던 선생'으로 유명하다.

  "예술은 리얼리티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행위"라며 미술의 상업화를 늘 경계했다고 한다. 

  생전 조각 외에도 3000점이 넘는 드로잉과 800점 가량의 서예작품을 남겼다. 
 
 지난해 봄 '통찰'을 주제로 열었던 김종영 특별전에 이어 올 봄에는 '무위의 풍경'을 전시타이틀로 김종영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김종영 조각을 연구하는 김종영미술관 서원영 학예사는 "혼탁한 시류속에서도 은둔자족하였던 삶과 일맥상통하는 작품세계는 노장사상의 무위사상과 통한다"고 말했다.
 
서 학예사는 "그가 남긴 200여점의 조각에 비할때 3000점이 넘는드로잉과 800여점의 서예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지만 그가 남긴 분신(작품)들은 기법의 세련됨이나 유행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된 작품은 자극적이고 현란한 현대 조각과 달리 고요하고 잔잔하다. 어느 것 하나 튀지않는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지만 정형화된 틀로 그 범주를 구분하기 어려운 그의 조형세계는 '조각 너머의 가치'를 조용하게 전달한다.
 
 신관 1 전시장에는 제 2회 국전1953 출품작인 '새'와 김종영의 대표작 철조 '전설'을 포함한 조각과 드로잉 22점을 선보인다.

 신관 2전시장에는 김종영의 생애를  모니터로 만나볼수 있다. 또 한국현대조각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알린 1953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국제공모 리플렛 원본과 기사자료도 전시했다. 부인과 딸을 그린 회화와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로 노자의 도덕경, 장자의 외편 등을 써내려간 서예도 소개한다. 

 한편, 김종영미술관은 내년 김종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가나아트센터등과 함께 특별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다. 전시는 6월 1일까지. (02)3217-6484.

 장자 외편 지북유를 쓴 김종영 서예.

하늘과 땅은 위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사계절은 밝은 법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논의하지 않고,
만물은 생성의 원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성인이란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근원으로 삼고 있고
만물의 원리에 통달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지인은 무위하며
위대한 성인은 작위가 없는데
하늘과 땅의 원리에 달관하고 있는 것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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