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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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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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삼구·박병엽도 기회를 얻었는데 왜 STX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3일 오후 산업은행의 발표를 접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경영진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기업 회생 절차가 진행중이던 STX조선해양과 관련해 채권단이 그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사임을 요청한 것이다.

강 회장 개인만 물러나는 것 아니라 사실상 현 경영진 전원 사퇴를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STX조선해양 이사회는 강 회장과 신상호 대표이사 사장, 조정철 기획관리본부장(전무) 등 3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는데, 신 사장은 회사의 전신인 대동조선 출신의 인물로 STX유럽 인수 및 STX다롄조선기지 건설 등을 주도했던 강 회장의 최측근 중 한명이다.

채권단은 오는 9일 이사회를 거쳐 27일 임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신규 경영진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니, 적어도 STX조선해양에서 ‘STX’는 급격히 지워질 것으로 보이며, 경영진 구성 이후 대대적인 인력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채권단의 결정은 상당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열사 매각 및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중공업·엔진 등으로 수직계열 소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STX그룹의 정상화는 회사의 주인인 강 회장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원래 기업의 최대주주 역시 경영권을 잃는 것이 정상이지만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 이후 생겨난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 덕분에 실패한 경영진이 경영권을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과거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 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 등도 경영 실패를 겪었지만 채권단은 그들을 그대로 유임시킨 것도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인데, 이들은 창업주이자 오너 일가로 책임경영을 통해 회사 정상화를 일궈내기도 했다.

하지만 웅진홀딩스가 채권단의 워크아웃 종용 움직임을 알아차리자마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그 직전 윤석금 회장이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올라서는 등 회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꼼수로 활용되자 채권단 내에서는 기존 경영진에게 회생을 맡긴다는 데 대한 회의감이 불거졌다.

결국 이러한 배경에 이어 채권단에서도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보다 빠르게 전개하기 위해, 자신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경영진을 교체하기로 했고, 강 회장이 그 제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선업종은 최고경영자(CEO)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주 산업인 조선업은 선주들과의 관계가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며, CEO가 회사의 얼굴이라고 할 만큼 사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STX그룹은 특히 강 회장의 비중이 큰 기업인데 선주사들과의 수주 협상을 사실상 강 회장이 진두지휘 해왔고, 강 회장 때문에 물량을 맡기는 사례도 많았다. 강 회장과 신 사장이 동시에 STX조선해양을 떠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회사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채권단의 결정을 따르겠다던 강 회장은 결국 이번 사임 요청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TX그룹은 이날 장문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강 회장의 사임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 관할에 있는 기업이 채권단의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생존의 위험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은 강 회장이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되, 이전에 이뤄낸 업적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강 회장과 경영진이 이런 뜻만큼은 밝히고 싶어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회사 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희망이 이대로 좌절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며 “채권단이 이러한 뜻을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강 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되면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주)STX와 STX중공업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와 함께 STX를 이끌었던 최측근 경영진들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의 후임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거론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은 현재 특수선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의 내정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대우조선해양도 갑작스레 혼란에 빠져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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