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메달은 상상도 못했어요” 차민규, ‘모태범 후계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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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2-1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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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한국의 빙속 단거리 에이스 차민규가 레이스를 마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메달 색깔을 가른 0.01초의 차이. 어리둥절한 차민규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올림픽 첫 출전 무대에서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은메달도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차민규가 일을 냈다. ‘모태범 후계자’의 등장이었고, 차세대 스프린터의 재발견이었다.

차민규는 어린 시절 허약한 체질 탓에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 신은 스케이트화는 발에 꼭 맞았다. 시작은 쇼트트랙이었다. 남다른 재능으로 주목을 받으며 쇼트트랙 기대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한국 쇼트트랙 경쟁은 쉽지 않았다. 한국체대 진학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쇼트트랙 대신 스피드스케이트로 전향했다. 쉽지 않은 선택 뒤 발목 부상도 찾아왔다.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2016년부터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2010년 밴쿠버올림픽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을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동계체전에선 500m 대회 신기록을 작성했다. 한국 무대는 좁았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500m 동메달을 따더니, 평창올림픽 직전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에선 개인 최고 기록인 34초314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금메달을 딴 알렉스 보이버트 라크로익스(캐나다)와 차이는 단 0.001초였다.

결국 올림픽 무대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이번엔 0.01초 차이다. 차민규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단판 레이스에서 종전 올림픽 타이기록인 34초42를 기록하고도 호바르트 로렌트젠(노르웨이)에 불과 0.01초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로렌트젠은 34초41을 기록해 올림픽 신기록을 새로 썼다.

차민규는 첫 100m를 9초63으로 주파하며 9초74를 찍은 로렌트젠보다 0.11초 빨랐지만, 나머지 400m에서 24초79를 기록해 로렌트젠의 24초67보다 0.12초 늦었다. 막판 레이스에서 간발의 차이가 가른 메달 색깔이었다.

차민규는 “순위권 안에 들었다는 게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벅차다. 금‧은‧동 메달보다는 순위권을 목표로 했는데, 상상도 못한 은메달이라는 결과가 나와 정말 기쁘다”고 감격한 뒤 “짐작한 기록이 나와서 성공했다고 느꼈다. 솔직히 좋은 기록이어서 금메달까지도 바라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아깝게 0.01초 차이로 졌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것에 대해 “쇼트트랙 선수였을 때도 괜찮게 탔는데”라고 웃으며, “내가 몸싸움을 싫어하는 성향이라 ‘신의 한수’가 맞다”고 머쓱해 했다.

한편 13조 인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친 김준호는 초반 스타트 불안에도 선전했지만 35초01의 기록으로 12위에 올랐고, 앞서 11조에서 출발한 모태범은 첫 100m에서 9초61을 기록하고도 막판 스퍼트에 속도를 내지 못해 35초15에 그쳐 1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차민규가 아쉬움을 모두 날린 깜짝 레이스로 한국 빙속 단거리의 미래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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