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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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 冬夏閑談] 관용과 냉정
가까운 사람의 잘못에는 관용(寬容)하고, 소원한 사람의 잘못에는 냉정(冷情)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공적인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공자(孔子)도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의 잘못을 숨겨준다(父爲子隱 子爲父隱)”고 했다. 그러나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르다. 어떤 사람이 맹자(孟子)에게 순(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면 순임금은 어떻게 할지 물었다. 맹자는 순임금이 천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아버지와 함께 도망칠 것이라고 대
2017-12-15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죽어야 사는 이름
通衢大哭怒風號(통구대곡노풍호, 거리에서 통곡하니 성난 바람도 울부짖고) 並命同時有一刀(병명동시유일도, 같은 때 나란히 숨진 곳, 칼 하나 남았네) 成就千秋賢弟義(성취천추현제의, 현명한 아우의 뜻 천추토록 이루었으니) 女人之質丈夫豪(여인지질장부호, 그여인의 자질은 장부처럼 호기롭다) - '섭앵'(聶嫈) 비극의 극치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아우의 시신 앞에서 누이가 울부짖는다. 성난 바람을 타면 그 소리는 더 크게 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리를 가득 채운 통곡도 잠시였고, 아우가 숨
2017-12-14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유예(猶豫)와 모라토리엄(Moratorium)족
이익(李瀷·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유(猶)는 짐승인데 원숭이 종류요, 예(豫) 역시 짐승인데 코끼리 종류이다. 이 두 짐승은 앞으로 가거나 물러나는 데 의심이 많다. 산중에 사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리면 미리 나무에 올라가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한 번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결단하지 못하는 것’을 ‘유예’라고 말한다(不決者言猶豫, 불결자언유예)." 최근 대학에서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족'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
2017-12-13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죽음보다 두려운 것
국민소득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종교 신도가 줄고 사이비종교 집단은 더욱 감소한다는데,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도 사이비종교에 빠진 40대 딸이 ‘천국에 보내 드린다’며 노부모를 살해한 일이 있었다. 또 대학가 등지에서는 종교와 무관한 서명운동·여론조사로 위장하여 개인정보를 뽑은 뒤 사이비종교 가입을 강요, ‘종교판 피싱사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허버트 스펜서에 따르면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 종교는 그래서 인간의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
2017-12-12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대국(大國)과 소국(小國), 낙천자(樂天者)와 외천자(畏天者)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오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공식 방문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요즘 한반도 주변 상황은 국망(國亡)을 가져온 100년 전 정세와 자주 비견된다. 사드 배치와 미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주변 4강의 긴장도가 높아진 탓에 베이징으로 떠나는 문 대통령의 어깨도 무거울 것이다. 중국은 최근 우리에게 '대국 의식'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G2를 넘보고 미국을 앞서겠다면서 2500여년 전 춘추전국시대 철저한 약육강식과 폭력으로 승패를 결정하던 시대의 대국의식을 유독 한국에 드러내고 있다. 또 생
2017-12-11 05: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무한경쟁의 그늘
남을 이기려는 것이 가장 큰 병통이다.(승인최시대병통, 勝人最是大病痛) - 이덕무(李德懋·1741~1793)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지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이긴 사람은 진 사람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기 마련이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보다 낮은 위치에서 종속(從屬)되기 십상이다. 종속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의 주체성(主體性)을 상실한 채 누군가를 따르고(從) 그에게 예속되는(屬)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달가울 리가 없을 터이다. 그 때문에 기를 쓰고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끝없는 경쟁(競爭)을
2017-12-08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소리 없는 연주, 말 없는 위로
우리는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걱정에 할애하며,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풀어내고자 애쓰며 산다. 지인들과의 한 판 수다, 멘토에게 듣는 조언을 곱씹으면서 일종의 후련함을 느끼기도 한다. 기실, 말을 한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단지 내가 처한 상황을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 그뿐이다. 그러나 정말로 가슴속 맺힘이 많을 때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소리 내어 울 수조차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장안(長安)에서 벼슬살이를 하다가 남쪽의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었다.
2017-12-07 08:02:13
[동하한담冬夏閑談] 대설(大雪)과 리더(Leader)
내일은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이다. 조선후기 임연당(臨淵堂)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은,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눈 덮인 들길을 뚫고 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모름지기 마음대로 가지 마라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오늘 아침 내 발자취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라는 한시(漢詩) '야설'(野雪)을 지었다. 김구(金九) 선생이 애송해서 더 유명해진 시로,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작품으로 잘 못 알려지기도 했다. 밤새 많은 눈이 내린 들길은 먼저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이 그대
2017-12-06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불편해도 기억해야 할 역사
청나라 강희제(1654~1722)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 또는 성군으로 불린다.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황제라고도 한다. 지금의 중국 영토가 그의 재위기간에 사실상 확정되었다. 당시 중국에 파견됐던 선교사들도 그를 높이 평가, 유럽에도 잘 알려졌다. 조선은 병자호란의 굴욕과 상처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 때문에 조선 지배층은 청을 오랑캐라며 인정하지 않고, 강희제를 형편없는 군주로 폄하했다. 중국도 아니면서 명나라 부활이나 꿈꾸는 비현실적 숭명반청(崇明反淸)의식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러나 반청감정
2017-12-05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지언(知言) 지인(知人)
사람이 살아가는 데 낭패가 없으려면 사람을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도 직원을 잘 뽑아야 하는데 대통령은 어떻겠는가. 박 전대통령의 중도 실패는 사실 청와대 입성 전 인사에서 충분히 예견됐었다.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이 믿지 않았지만 좁은 식견의 필자는 크게 걱정했었다. 사람을 알아보려 할 때 우리는 신언서판(身言書判)에 의지하곤 했다. 풍채, 즉 전체적인 인상과 함께 말과 글을 통해 사람됨을 판단해보려 한 것이다.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우
2017-12-04 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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