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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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무사(無事)하면 안 되는 것
우리는 늘 무사(無事)하기를 바란다. 이때의 사(事)는 사고·사건처럼 안 좋은 일이나 걱정거리를 의미한다. ‘사’ 대신 ‘일’이 들어가 “일이 생겼다” “큰일 났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사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속이 뜨끔하거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때가 있다. 바로 주자(朱子)의 <논어> 머리말인데, 여기서 그는 정자(程子)의 말을 인용, 논어를 다 읽고 난 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논어를 읽고 난 뒤 한두 구절에 기뻐하는 사람, 논
2018-01-02 05: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새로운 시작
수화상극(水火相剋)이니, 물과 불은 서로 대립하는 존재이다. 물은 불을 끄고, 불은 물을 말린다. 물은 생명을 탄생시키고, 불은 생명을 소멸시킨다. 그러나 세상은 이러한 대립적 관계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발전하고 완성된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주역(周易)》의 기제괘(旣濟卦)가 그것을 말해준다. 기제괘는 위에 있는 괘가 감(坎 · ☵)이요, 아래 있는 괘가 이(離 · ☲)이다. 감은 물을 상징하고, 이는 불을 상징한다. 물은 그 성질이 아래로 흐르고, 불은 그 성질이 위로 타
2017-12-29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지금은 기다릴 시간
莫言此日松低塔(막언차일송저탑) 오늘 솔이 탑보다 낮다고 말하지 말라 松長他時塔反低(송장타시탑반저) 솔이 자라 언젠간 탑이 되레 낮으리니 정인홍의 <영송(詠松)> 중 겨우 한 자 남짓 되는 소나무 옆에 탑이 우뚝 솟아 있다. 이에 더욱 왜소해 보이는 소나무. 그러나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 높고 근사한 탑이 시선을 앗는 순간에도 소나무는 조금씩 생장한다. 결국 ‘길다’, ‘짧다’의 가치는 그 대상이 거쳐 갈 시간과 놓인 공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2017-12-28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조고각하(照顧脚下)와 폐호자달(閉戶自撻)
산사(山寺) 입구나 신발을 벗는 곳에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씌어진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말은 선문답(禪問答)에서 나온 것으로, 한 수좌(首座)가 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여하시조사서래의)?”하고 물으니, 선사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대답했다. 조고각하는 ‘발밑을 비추어 돌아보라’는 뜻이다. 신발은 잘 벗어두었는지 돌아온 자취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의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인 것
2017-12-27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도청도설(道聽塗說)할 틈도 없다
공자의 제자 자로는 성미가 좀 거칠었으나 소박하고 용기가 있었다. 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천진난만한 면도 있어 덩치는 어른이지만 생각은 재롱을 떠는 듯한 키덜트(kidult) 기질이 없지 않았다. “자로는 들은 것을 아직 실행하지도 못했는데, 또 좋은 말을 들을까 두려워했다(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자로유문 미지능행 유공유문, <논어> '공야장'편 13장)”는 것이 그런 예다. 좋은 말과 그 실천은 어느 공사장 작업 과정처럼 계량화되거나 차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쪽 진도가 아직 안 나
2017-12-26 05:37:18
[동하한담 冬夏閑談]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은 빠르지만 이 리도 못 가서 멈추고, 걸어가는 사람은 느리지만 백 리를 가도 멈추지 않는다. (주자지속야 이불과이리지·走者之速也 而不過二里止 보자지지야 이백리부지·步者之遲也 而百里不止) - <설원(說苑)> 우사인 볼트가 아무리 빨라도 그처럼 뛰어서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인생길이란 장거리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빨리빨리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무엇을 하든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해야 한다. 크거나 중요한 일일수록 더욱더. 공자(孔子)도 '욕속부달(欲速不達
2017-12-22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포폄의 무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이의 시선을 투과한 나의 모습은 종종 차이가 있다. 그런 층차들이 모여 세평(世評)을 이루는데, 대부분 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 다반사다. 사람들은 저마다 세상의 사물과 현상을 판단하는 기준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삶의 궤적, 맺어온 인간관계 등이 다양하기에 그 기준이 얼마나 모호한가를 반증하기도 한다. 아울러 ‘평가’라는 말 속에는 묘한 권력관계가 내재돼 있기도 하다. 월단평(月旦評)이라는 말이 있다. 매월 초하루에 인물에 대한 평을 한다는 뜻으로, 동한(
2017-12-21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동지(冬至)와 팥죽
동지는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고도 하는데, 1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하는데, 오는 22일이 동지이며 음력으로 11월 5일이니 애동지이다. 이날 달력과 버선을 선물하는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대궐에 바치면, 대궐에서는 관원에게 나누어 주고, 관원
2017-12-20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발자국 소리
'空谷足音'(공곡족음·장자 서무귀(徐無鬼)편)은 ‘인적 없는 골짜기에 발자국 소리’란 말로, 외로울 때 찾아온 친구나 반가운 소식을 뜻한다. 본래 '空谷跫音'(공곡공음, 발자국소리 跫)이나 쉬운 족음(足音)을 많이 사용한다. 은자인 서무귀가 웬만해서는 웃지 않는 위(魏)나라 임금을 기쁘게 해주자 신하가 그 이유를 물었다. "임금이 그동안 진정한 말이나 웃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아첨꾼들과 달리 가볍지만 진실한 얘기를 들려주니 좋아하더라"고 그는 답했다. 외진 곳에서 헤
2017-12-19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균형외교(均衡外交)
중국을 국빈방문하기 위해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실제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했을 것 같다. 방문 시기도 잘못 잡았고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 준비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정부 자체적으로 반성의 시간을 갖고 따끔한 책임 추궁도 해야할 것이다. "열심히 준비해 할 만큼 했다"거나 "지난 정부가 저질러 놓은 일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 것"이라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의 외교·통일·안보 부문은 겉으로 드러난 허울에 비해 속은 쭉정이다. 정치·
2017-12-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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