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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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도청도설(道聽塗說)할 틈도 없다
공자의 제자 자로는 성미가 좀 거칠었으나 소박하고 용기가 있었다. 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천진난만한 면도 있어 덩치는 어른이지만 생각은 재롱을 떠는 듯한 키덜트(kidult) 기질이 없지 않았다. “자로는 들은 것을 아직 실행하지도 못했는데, 또 좋은 말을 들을까 두려워했다(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자로유문 미지능행 유공유문, <논어> '공야장'편 13장)”는 것이 그런 예다. 좋은 말과 그 실천은 어느 공사장 작업 과정처럼 계량화되거나 차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쪽 진도가 아직 안 나
2017-12-26 05:37:18
[동하한담 冬夏閑談]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은 빠르지만 이 리도 못 가서 멈추고, 걸어가는 사람은 느리지만 백 리를 가도 멈추지 않는다. (주자지속야 이불과이리지·走者之速也 而不過二里止 보자지지야 이백리부지·步者之遲也 而百里不止) - <설원(說苑)> 우사인 볼트가 아무리 빨라도 그처럼 뛰어서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인생길이란 장거리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빨리빨리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무엇을 하든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해야 한다. 크거나 중요한 일일수록 더욱더. 공자(孔子)도 '욕속부달(欲速不達
2017-12-22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포폄의 무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이의 시선을 투과한 나의 모습은 종종 차이가 있다. 그런 층차들이 모여 세평(世評)을 이루는데, 대부분 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 다반사다. 사람들은 저마다 세상의 사물과 현상을 판단하는 기준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삶의 궤적, 맺어온 인간관계 등이 다양하기에 그 기준이 얼마나 모호한가를 반증하기도 한다. 아울러 ‘평가’라는 말 속에는 묘한 권력관계가 내재돼 있기도 하다. 월단평(月旦評)이라는 말이 있다. 매월 초하루에 인물에 대한 평을 한다는 뜻으로, 동한(
2017-12-21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동지(冬至)와 팥죽
동지는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고도 하는데, 1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하는데, 오는 22일이 동지이며 음력으로 11월 5일이니 애동지이다. 이날 달력과 버선을 선물하는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대궐에 바치면, 대궐에서는 관원에게 나누어 주고, 관원
2017-12-20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발자국 소리
'空谷足音'(공곡족음·장자 서무귀(徐無鬼)편)은 ‘인적 없는 골짜기에 발자국 소리’란 말로, 외로울 때 찾아온 친구나 반가운 소식을 뜻한다. 본래 '空谷跫音'(공곡공음, 발자국소리 跫)이나 쉬운 족음(足音)을 많이 사용한다. 은자인 서무귀가 웬만해서는 웃지 않는 위(魏)나라 임금을 기쁘게 해주자 신하가 그 이유를 물었다. "임금이 그동안 진정한 말이나 웃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아첨꾼들과 달리 가볍지만 진실한 얘기를 들려주니 좋아하더라"고 그는 답했다. 외진 곳에서 헤
2017-12-19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균형외교(均衡外交)
중국을 국빈방문하기 위해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실제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했을 것 같다. 방문 시기도 잘못 잡았고 용의주도(用意周到)하게 준비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정부 자체적으로 반성의 시간을 갖고 따끔한 책임 추궁도 해야할 것이다. "열심히 준비해 할 만큼 했다"거나 "지난 정부가 저질러 놓은 일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 것"이라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의 외교·통일·안보 부문은 겉으로 드러난 허울에 비해 속은 쭉정이다. 정치·
2017-12-18 05: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관용과 냉정
가까운 사람의 잘못에는 관용(寬容)하고, 소원한 사람의 잘못에는 냉정(冷情)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공적인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공자(孔子)도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의 잘못을 숨겨준다(父爲子隱 子爲父隱)”고 했다. 그러나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르다. 어떤 사람이 맹자(孟子)에게 순(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면 순임금은 어떻게 할지 물었다. 맹자는 순임금이 천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아버지와 함께 도망칠 것이라고 대
2017-12-15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죽어야 사는 이름
通衢大哭怒風號(통구대곡노풍호, 거리에서 통곡하니 성난 바람도 울부짖고) 並命同時有一刀(병명동시유일도, 같은 때 나란히 숨진 곳, 칼 하나 남았네) 成就千秋賢弟義(성취천추현제의, 현명한 아우의 뜻 천추토록 이루었으니) 女人之質丈夫豪(여인지질장부호, 그여인의 자질은 장부처럼 호기롭다) - '섭앵'(聶嫈) 비극의 극치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아우의 시신 앞에서 누이가 울부짖는다. 성난 바람을 타면 그 소리는 더 크게 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리를 가득 채운 통곡도 잠시였고, 아우가 숨
2017-12-14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유예(猶豫)와 모라토리엄(Moratorium)족
이익(李瀷·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유(猶)는 짐승인데 원숭이 종류요, 예(豫) 역시 짐승인데 코끼리 종류이다. 이 두 짐승은 앞으로 가거나 물러나는 데 의심이 많다. 산중에 사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리면 미리 나무에 올라가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한 번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결단하지 못하는 것’을 ‘유예’라고 말한다(不決者言猶豫, 불결자언유예)." 최근 대학에서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족'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
2017-12-13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죽음보다 두려운 것
국민소득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종교 신도가 줄고 사이비종교 집단은 더욱 감소한다는데,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도 사이비종교에 빠진 40대 딸이 ‘천국에 보내 드린다’며 노부모를 살해한 일이 있었다. 또 대학가 등지에서는 종교와 무관한 서명운동·여론조사로 위장하여 개인정보를 뽑은 뒤 사이비종교 가입을 강요, ‘종교판 피싱사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허버트 스펜서에 따르면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 종교는 그래서 인간의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
2017-12-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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