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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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일목요연(一目瞭然)
일목요연(一目瞭然)은 '한 눈에 훤히 안다'는 뜻이 아니다. '한 번 보고도 분명히 안다' 또는 '잠깐 보고도 훤히 안다'가 정확한 뜻풀이다. '일목'(一目)을 '두 눈 중 하나로만 본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사람에게 눈이 둘인 것은 원근을 계산해 입체적으로, 양쪽 다 잘 살펴 정확하게 보라는 이유다. 어찌 '한쪽 눈'으로 볼 때 분명히 보일 수 있겠는가. 요즘 보수네 진보네 하며 편싸움이 너무 심하다. 필자가 보기에 참된 보수도 없고 진짜 진보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2018-01-08 05: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잉여(剩餘)의 시간
독서가 어느 때고 즐겁지 않으랴만, 깊고 적막한 겨울밤이라면 더욱 좋다. (讀書無時不樂 而冬夜深寂之中尤佳, 독서무시불락 이동야심적지중우가) - 정조(正祖), <일득록(日得錄)> 책 읽기 좋을 때를 가리키는 삼여(三餘)라는 말이 있다. 삼여란 세 가지의 잉여시간을 뜻하는데, 곧 한 해의 잉여시간인 겨울, 하루의 잉여시간인 밤, 계절의 잉여시간인 장마철이 그것이다. 중국 삼국시대의 동우(董遇)가 한 말이다. 동우는 학문을 좋아하여 그에게 배우려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한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2018-01-05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입지(立志)
"사람들은 보통 뜻을 세웠다고 말하면서도 즉시 공부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후일로 미룬다. 이는 명분으로는 배움에 뜻을 두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공부를 향한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뜻이 진실로 학문에 있다면 인(仁)을 행하는 것은 나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다(···)뜻을 세우는 것이 귀한 이유는 공부를 해나가면서도 오히려 도달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그 뜻을 항상 마음에 두면 물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율곡 이이, <격몽요결(擊蒙要訣)> '
2018-01-04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의로운 개의 무덤 '의구총'(義狗塚)
2018년은 무술(戊戌)년 개의 해이다. 개는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가축이자 사냥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컸지만, 의로움의 상징으로도 등장한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의 <의구총>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해 누워 잠이 들자 그 옆에 개가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불이 번져오자 개가 짖으며 주인의 옷을 잡아당겼지만 주인은 끝내 깨지 않았다. 개는 강으로 달려가 제 몸을 물에 담갔다가 와서 꼬리로 주인 주위의 풀을 마구 두드렸다. 이렇게 계속 오가며 풀을 적시니, 풀이 축
2018-01-03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무사(無事)하면 안 되는 것
우리는 늘 무사(無事)하기를 바란다. 이때의 사(事)는 사고·사건처럼 안 좋은 일이나 걱정거리를 의미한다. ‘사’ 대신 ‘일’이 들어가 “일이 생겼다” “큰일 났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사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속이 뜨끔하거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때가 있다. 바로 주자(朱子)의 <논어> 머리말인데, 여기서 그는 정자(程子)의 말을 인용, 논어를 다 읽고 난 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논어를 읽고 난 뒤 한두 구절에 기뻐하는 사람, 논
2018-01-02 05: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새로운 시작
수화상극(水火相剋)이니, 물과 불은 서로 대립하는 존재이다. 물은 불을 끄고, 불은 물을 말린다. 물은 생명을 탄생시키고, 불은 생명을 소멸시킨다. 그러나 세상은 이러한 대립적 관계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발전하고 완성된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주역(周易)》의 기제괘(旣濟卦)가 그것을 말해준다. 기제괘는 위에 있는 괘가 감(坎 · ☵)이요, 아래 있는 괘가 이(離 · ☲)이다. 감은 물을 상징하고, 이는 불을 상징한다. 물은 그 성질이 아래로 흐르고, 불은 그 성질이 위로 타
2017-12-29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지금은 기다릴 시간
莫言此日松低塔(막언차일송저탑) 오늘 솔이 탑보다 낮다고 말하지 말라 松長他時塔反低(송장타시탑반저) 솔이 자라 언젠간 탑이 되레 낮으리니 정인홍의 <영송(詠松)> 중 겨우 한 자 남짓 되는 소나무 옆에 탑이 우뚝 솟아 있다. 이에 더욱 왜소해 보이는 소나무. 그러나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 높고 근사한 탑이 시선을 앗는 순간에도 소나무는 조금씩 생장한다. 결국 ‘길다’, ‘짧다’의 가치는 그 대상이 거쳐 갈 시간과 놓인 공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2017-12-28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조고각하(照顧脚下)와 폐호자달(閉戶自撻)
산사(山寺) 입구나 신발을 벗는 곳에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씌어진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말은 선문답(禪問答)에서 나온 것으로, 한 수좌(首座)가 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여하시조사서래의)?”하고 물으니, 선사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대답했다. 조고각하는 ‘발밑을 비추어 돌아보라’는 뜻이다. 신발은 잘 벗어두었는지 돌아온 자취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의 자신의 행위에 대해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인 것
2017-12-27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도청도설(道聽塗說)할 틈도 없다
공자의 제자 자로는 성미가 좀 거칠었으나 소박하고 용기가 있었다. 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천진난만한 면도 있어 덩치는 어른이지만 생각은 재롱을 떠는 듯한 키덜트(kidult) 기질이 없지 않았다. “자로는 들은 것을 아직 실행하지도 못했는데, 또 좋은 말을 들을까 두려워했다(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자로유문 미지능행 유공유문, <논어> '공야장'편 13장)”는 것이 그런 예다. 좋은 말과 그 실천은 어느 공사장 작업 과정처럼 계량화되거나 차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쪽 진도가 아직 안 나
2017-12-26 05:37:18
[동하한담 冬夏閑談]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은 빠르지만 이 리도 못 가서 멈추고, 걸어가는 사람은 느리지만 백 리를 가도 멈추지 않는다. (주자지속야 이불과이리지·走者之速也 而不過二里止 보자지지야 이백리부지·步者之遲也 而百里不止) - <설원(說苑)> 우사인 볼트가 아무리 빨라도 그처럼 뛰어서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인생길이란 장거리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빨리빨리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무엇을 하든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해야 한다. 크거나 중요한 일일수록 더욱더. 공자(孔子)도 '욕속부달(欲速不達
2017-12-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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