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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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작명(作名)과 이름의 의미
풍기군수(豐基郡守)를 지내고 있던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1495~1554)에게 어느날 풍기군에 살고 있던 권씨 성을 가진 소년이 찾아와 자기와 동생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한다. 주세붕은 1543년 주자(朱子)의 백록동학규(白鹿洞學規)를 본받아 사림 자제들의 교육기관으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 紹修書院)을 세워 서원의 시초를 이룬 사람이다. 신재는 지금은 바쁘니 다음에 오라고 하자, 과연 얼마 후에 소년이 다시 찾아왔다. 신재는 소년의 의지가 확실한 것을 알고는 마침내 이름과 자를 지어 주었다. 작명은 ‘성(
2018-01-24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내일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아서 펜 감독, 1967년)는 미국 대공황 시절 현실에 절망한 남녀 2인조 강도의 행각을 그린 명작이다. 높은 실업률, 암울한 시대 분위기로 처져 있던 반 세기 전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이 영화에 열광했다. 본래 제목은 ‘보니와 클라이드’인데, 한글 제목이 내용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때는 대개 일본을 통해 영화를 수입했기 때문에 일본 제목을 그대로 썼는지 모른다. 어쨌든 ‘내일은 없다’라는 절규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2년 뒤 나온 '부치 캐시디와 선
2018-01-23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적폐청산 복수극(復讐劇)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가 MB(이명박)의 본격 등장으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MB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뇌관을 먼저 들고 나오면서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분노"와 "모욕"이라고 규정, 긴장도가 한층 높아졌다. MB는 '정치 보복', '보수 궤멸을 노린 기획수사'라고 상투적인 여론전을 펼치려 했으나 국민들은 이번 검찰 수사를 거대한 '복수극(復讐劇)' 한 편을 감상하는 심정으로 보지 않을까. 적폐 청산으로 시작됐고 적폐는 반드시 청산
2018-01-22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나의 진면목(眞面目)
내가 가진 두 눈동자는 남의 얼굴만 볼 뿐, 나의 얼굴은 볼 수 없다. 我有兩眸(아유양모) 只以觀人之貌(지이관인지모) 不可以觀吾之貌(불가이관오지모) - 김낙행(金樂行·1708~1766) 유체이탈(幽體離脫)을 하지 않는 한, 내 두 눈으로는 내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다. 거울도 있고 사진도 있다지만, 그 속의 얼굴은 거울과 렌즈에 굴절된 얼굴이지 실제의 진실한 내 얼굴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 얼굴과 외모를 치장하는 데 무던히도 애를 쓴다. 왜? 남에게 잘 보이려고. 남의 인정을 받고 남의 칭찬을 받으면 세상살이가 편하긴 할
2018-01-19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관왕지래(觀往知來)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의 반향(反響)은 놀라울 정도이다. 필자 역시 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는데, 상영 시간 내내 역사의 그 아픈 현장, 메시지를 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杞憂)’였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과거에 대해 통렬히 성찰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기실, 10년 남짓 암묵적으로 차단되고 의도적으로 외면돼 왔다. 이러한 현상의 자장(磁場) 안에서 국정교과서라는 착오적 발상도 등장했었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라며 일관된 자세로 근현
2018-01-18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대한(大寒)과 보신(保身)
다가오는 토요일은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인데, 다행히 그렇게 춥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1643∼1715)은 농업과 일상생활에 관한 광범위한 사항을 기술한 책인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사람은 마땅히 매우 춥거나 바람이 많이 불거나 아주 덥거나 비가 많이 내리거나 눈이 많이 내릴 때 그리고 일식과 월식, 지진이 나거나 우레나 천둥이 칠 때를 피해야 하는데 이것은 천기이기 때문이다(人當避大寒大風大熱大雨大雪 日月蝕地動雷震 此是天忌也, 인당피대한대
2018-01-17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어느 외국 학자가 국민소득이 아닌 신뢰도로 국가수준을 가늠하는 방법을 제안한 적이 있다. 가벼운 의견 정도였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첫째, 국민이 정부(위정자)를 믿고 정부 역시 국민을 믿는다. 국민들끼리도 서로 믿고 산다. 이것이 선진국이다. 둘째, 국민과 정부가 서로 믿지 못한다. 정부 시책을 따랐더니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는 냉소와 비난이 낯설지 않은 사회다. 그래도 국민들끼리는 서로 믿고 생활하므로 아쉬운 대로 견뎌 나갈 수 있다. 중진국 수준이다. 셋째는 최악의 상태로 국민과 정부가
2018-01-16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붓(筆)과 댓글
조선 후기 명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 정조 임금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스타'들에 관한 글을 읽으면 꼭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71세에 영의정·우의정이 공석이던 당시 조정에서 3년간 좌의정을 맡았는데, '붓을 사용할 때 경계해야 할 일'을 적은 <필명(筆銘)>이라는 글을 남겼다. "善用汝(선용여)면 天人性命(천인성명)을 皆可以描得(개가이묘득)하고 不善用汝(불선용여)면 忠邪黑白(충사흑백)을 皆足以幻易(개족이환역)이니라."(너를 잘 사용하면 세상의 이치를 모두 표
2018-01-15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꽃들의 세상
꽃들은 들쑥날쑥 비스듬히 자란 게 정제된 모습이다. (花以參差攲斜爲齊整, 화이참치기사위제정) - 박지원(朴趾源·1737~1805) 같은 꽃이라도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르다. 어떤 것은 키가 크고 어떤 것은 키가 작다. 왼쪽으로 비스듬히 자라는 것도 있고 오른쪽으로 비딱하게 자라는 것도 있다. 저마다 타고난 대로 자유롭게 자라는 그 모습에서 부자연함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모습에 정제(整齊)되고 균제(均齊)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리라. 꽃들의 세상에서는 오히려 인위적인 손
2018-01-12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노년(老年)의 즐거움 마주하기
잘 늙어가기, 이른바 '웰에이징(well-aging)'은 100세 시대의 주요한 명제가 되었다. '늙은 사회'에 대한 고민,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전통시대의 미덕이었던 양로(養老)·경로(敬老)에 대한 가치조차 재구성되고 있는 시점에 놓여 있다. 현격히 감소한 출산율, 각종 의료기술의 발달은 초고령사회라는 불균형을 빚어냈는데, 이 차이를 극복할 방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삶의 과정이니 외면할 수도 없다. 노년을 제대로 맞
2018-01-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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