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비디오는 부조리한 세상에 도전하는 도구 '부드러운 교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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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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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아트센터,7일부터 '과달카날 레퀴엠' 'TV침대'등 공개<br/>김범 산티아고 시에라등 동시대 작가들의 '끈질긴 후렴'전도 동시 진행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백남준 비디오작품 '과달카날 레퀴엠'은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정치적이라고 평가 받는다.

19977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감옥에서 정글로'라는 공연의 일부로 처음 상영된 '과달카날 레퀴엠'은 전쟁의 파괴적인 속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금기에 대한 저항을 담아냈다. 여기에서 감옥은 샬롯 무어먼이 1967년 옷을 벗은 채 첼로를 연주했던 작품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로 인해 감옥에 갇혔던 사건을 의미한다.

제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솔로몬 군도의 과달카날 섬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전쟁에 대한 기억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상처임을 환기시키는 한편,시공간을 넘나드는 비디오 작업으로 ‘부드러운 교란(Gentle Disturbance)’을 도모했다.

‘부드러운 교란’은 백남준의 친구였던 설치예술가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가 백남준이 비판적 문제제기를 통해 기성 사회 시스템에 교란을 일으키지만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했다는 의미로 쓴 표현이다.

'미술 한류' 원조, 백남준에게 정치적인 예술이란 무엇인지, 또 예술가들에게 사회참여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가 올해 첫 전시로 상설전 ‘부드러운 교란-백남준을 말하다'전과 기획전 '끈질긴 후렴'전을 7일 개막한다.

백남준 TV침대.1972.1991

◆상설전 '부드러운 교란~'=백남준의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사회적 의식을 담은 작품들과 그와 함께 작업한 작가들의 작품과 풍부한 자료들을 선보인다.

백남준이 활동하던 1960~197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는 신구 세대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며 기존의 사회질서에 반대하는 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문화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백남준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은 다수의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매체인 비디오를 사용하여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비디오는 부조리한 세상에 도전하는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도구였다.

백남준은 '과달카날 레퀴엠'(1977)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격전지였던 과달카날섬에서 샬롯 무어먼과 함께 평화를 위한 곡을 연주하고 퍼포먼스를 했다. 퍼포먼스 영상은 전쟁 당시의 미디어 이미지들과 빠른 속도로 교차되도록 편집되었다.

이 전시에서 백남준의‘과달카날 레퀴엠’과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뉴욕 더 키친에서 '비디오 페스티벌: 라이브 비디오'의 일환으로 샬롯 무어먼과 초연한 'TV 침대' 도 만나 볼 수 있다.

이유진 큐레이터는 "백남준은 전쟁에 관해 직접적이고 신랄하게 비판하지는 않지만, 기억과 역사를 되새기는 행위만으로도 사회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를 한다"면서"백남준의 이런 전략은 동시대의 예술가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들은 과격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마치 '후렴구'처럼 반복을 통해 은연중에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만들어내며, 영상뿐만 아니라 설치, 회화,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사회에 대한 개입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금발로 염색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133명의 사람들. 산티아고 시에라.2011

◆기획전 '끈질긴 후렴'=예술가들이 어떻게 현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나 의식을 일깨우는지 조명하는 자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지역인‘그린 라인’에서 평온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가 하면(프란시스 알리스), 아프가니스탄의 노동자 캠프에서 11일 동안 100m의 영화 트랙을 매일매일 설치하면서 반복적으로 촬영한 영상(멜릭 오하니언), 원주민에게 의미를 모르는 스페인어를 익히게 하고, 이주민들을 금발로 염색하게 하고, 미술 전시장의 벽을 기울이게 하여 그 비용을 지불하는 예술가(산티아고 시에라) 등을 통해 예술가가 첨예한 정치적 대립구도에서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흐름에 잠시 편입하는 상황을 볼수 있다.

김범, 나디아 카비-린케, 멜릭 오아니앙, 믹스라이스, 산티아고 시에라, 송상희, 아나 휴스만, 이수성, 이완, 프란시스 알리스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안소현 큐레이터는 "정치 자체에 대한 침투이건,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화하는 미시정치이건, 예술가들의 정치성은 감각적 충실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정치에 종속되지 않은 예술이 어떻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16일까지.성인 4000원, 학생 2000원. (031)201-8512.

한편 백남준아트센터는 자체 기획한 백남준 회고전이 오는 8월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초청됐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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