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의 무비 모놀로그>19곰 테드 '어른이 되지 못하는 남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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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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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곰테드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남자는 결코‘어른’이 되지 못한다. 곰 인형을 가지고 놀던 시절부터 나이가 지긋해서 더이상 곰인형을 가지고 놀지 않게 되는 시기에도 여전히 남자는 어른이 아니다. 세월이 지나며 단지 기호품만 바뀔 뿐이다. 막대 사탕 대신 담배를 물고 우유 대신 소주를 마시고 곰 인형 대신 여자랑 놀고 싶어 하더라도 여전히 곰 인형을 갖고 놀던 시절의 습속을 벗지 못한다.

‘19곰 테드’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혹은 곰 테드는 모든 남자들의 또 다른 그림자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탈과 순정, 치기, 성적 충동 등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존재가 바로 곰 테드이기 때문이다. 곰 테드도 “곰 인형이 있는 한 남자는 영원히 소년”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곰 인형을 버려야 어른이 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숨어 있는 곰 인형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여자는 남자의 곰 인형같은 모습에 자주 반한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되어도 곰 인형을 청산하지 못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 영화의 퀄리티만 놓고 본다면 그리 많은 별점을 주기는 어렵다. 영화의 상당부분은 화장실 유머로 채워져 있다. 내러티브가 주는 즐거움도 없다. 대마초를 일상적으로 피우고 창녀를 데리고 와서 즐기고 창고에서 여자 점원과 버젓하게 섹스를 즐기는 ‘변태’가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형인 ‘테디 베어’라는 점만 이색적일 뿐이다. 테디 베어가 그냥 변태남자였다면 아마도 영화 중간부터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작정하고 웃어주려 해도 도무지 포인트를 잡기 어렵다. 개그콘서트에서 한 개그맨이 말한것처럼“미국문화랑 한국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더 이해가 안가는 것은 여자 주인공인 로리(밀라 쿠니스)다. 주인공인 존 베넷(마크 윌버그)보다 더 잘생겼고 돈 많은 사장 아들에 노라 존스 공연을 즐길 줄 아는 렉스(조엘 맥헤일)의 구애를 왜 거절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마초 때문에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렌트카 회사 직원이 더 좋은 이유가 단지 눈에 콩꺼풀이 씌어서 였을까? 결말조차 뻔하다. 곰인형과 남녀주인공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모 이런 것이다. 곰 테드 납치범 돈니(지오바니 리비시)의 절묘한 허리춤만이 인상적인 이 영화. 그래도 미덕을 찾으라고 한다면 연기자(세스 맥파레인 곰 테드 목소리역)가 주연에 제작 감독 각본까지 한 영화치고 흥행이 된 영화가 거의 없다는 영화계의 정설을 다시금 확인 시켜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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