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주기만 했던 '바보' 김태원…그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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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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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사진=부활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백수원 기자) 우리나라 록그룹의 전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6년 동안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그를 단박에 유명인으로 만든 건 2008년 말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였다. 당시 그는 촌철살인 같은 언변으로 '김태원 어록'이란 검색어로 인터넷을 달구기 시작하더니 이듬해 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전격 합류했다. 깡마른 체구에 긴 머리를 다부지게 묶고 선글라스는 쓴 모습은 영락없이 '괴팍한 아티스트'로 보였지만, 김태원 특유의 솔직함과 어눌함(?)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면서 '국민할매'란 애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김태원이 '비와 당신의 이야기' '사랑할수록' '네버엔딩스토리'를 작곡한 '부활'의 리더였던 사실에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태원이 뮤지션이자 후배를 보듬는 '스승'으로 가장 큰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얼마 전 종영한 MBC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나서면서부터였다.

■위대한 탄생의 진정한 위대한 탄생은 김태원이었다!

"난 장사치가 아니다. 제자가 더 좋은 조건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좋은 조건으로 성장할 기회 주고 싶어"
MBC TV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에서 김태원이 자신의 제자이자 프로그램 우승자 백청강과 결별하면서 남긴 말이다. 앞서 종영된 '위탄'에서 김태원의 제자는 백청강 손진영 이태권으로 그는 당시 제자들을 위해 매 회 생방송 미션마다 그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에 맞는 곡을 조언해주며 편곡에 대한 방향성도 잊지 않았다. 백청강과 이태권은 파이널 무대에서 맞붙었으며, 손진영은 매주 심사위원들의 독설에도 불구 TOP4까지 들며 '불사조'로 불렸다. 오디션이 아니었으면 또 스승 김태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던 일들.

조금은 '스타성'에 의문을 가진 세 사람이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수식어로 시청자들의 뇌리를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시청자들의 절대적 영향을 차지하는 문자투표에 우위를 점령했다. 특히 프로그램이 끝난 후 세 사람이 스승 품인 '부활엔터테인먼트'로 계약을 맺은 소식은 반가운 일이었다. 뮤지션 김태원이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들을 어떻게 가공할까? 오디션 프로그램을 직접 시청하고 투표를 던진 사람들이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심리.

▲김태원과 제자들 이태권-백청강-손진영 [사진=MBC]
하지만 최근 백청강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 활동에 중점을 두기 위해 중국 측 인사들이 설립한 매니지먼트로 계약하면서 스승 김태원과 결별했고, 김태원은 진심으로 제자가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데 축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활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이후 YTN에 출연한 백청강에게 '김태원이 멘토가 아니었다면'이란 아나운서 질문에 그는 "내가 만약 김태원 선생님을 안 만났으면 이 자리에 없었다. 20명 올라갈 때 김태원 선생님이 나한테 손을 들어줬다. 만약 그때 선생님이 없었으면 아마 지금쯤 중국에 있었을 것이다"면서 스승 김태원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지금 이 상황과 지난 그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지금과 예전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아이러니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김태원은 제자가 선택한 길에 대해 진심 어린 축복을 해주며 대인배 모습을 비췄다. 김태원은 '위대한 탄생'을 통해 김태원의 리더쉽을 보여줬고 그런 그의 내공이 그룹 '부활'을 오늘날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이 되었다는 건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활'은 김태원에게 부활 그 자체!

'부활'이란 이름처럼 부활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대마초 복용, 구속, 보컬 탈퇴, 불의의 사고, 팀 내 불화 등 여러 가지 악재를 맞았지만 오뚜기처림 일어나며 오랜 세월 동안 좋은 음악을 들려줬다. 그동안 김종서, 이승철, 고(故)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김기열, 이성욱, 정단, 그리고 지금의 정동하까지 총 9명의 멤버들이 부활의 보컬리스트로 활약하고 또한 활약 중이다. 

부활은 지난 1985년 디엔드(The End)라는 이름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김종서가 음악적 견해로 탈퇴, 이승철이 들어오면서 '부활'로 개명한 이들은 1986년 1집 타이틀곡 '희야'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로 화려하게 데뷔해 30만 장 이상의 음반판매량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리더였던 김태원은 이듬해 대마초 흡입으로 3개월간 옥고를 치르며 2집 앨범활동에 실패했다. 이어 보컬 이승철은 팀을 탈퇴하면서 1989년 첫 솔로 앨범을 '마지막 콘서트'로 크게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김태원 [사진=부활엔터테인먼트]
이승철과의 결별 후 오랜 시간이 지난 1993년 부활의 3집 앨범에는 고(故) 김재기가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김재기는 3집 앨범 녹음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때 단 한 번 데모테이프에 녹음했던 '사랑할수록'을 그대로 앨범에 수록하게 된다. 김태원은 "한 번에 녹음을 끝내는 사람은 김재기와 이소라밖에 본 적이 없다"면서 그의 실력을 극찬했으며 3집은 부활 역사상 100만 장 이상의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5집에는 박완규를 영입해 히트곡 '론리 나잇'(Lonely night)을 발표했다. 부활 오디션 당시 박완규의 한글 발음을 문제 삼던 김태원에게 다른 멤버들이 "이 사람에게 맞는 곡을 써주면 된다"고 피력해 기존 부활의 노래와는 분위기가 다른 '론리 나잇'이 발표되기도 했다는 비하이드 스토리가 있다. 

박완규는 파워풀한 고음과 폭풍 성량, 무대 위 넘쳐나는 카리스마로 이후 솔로로 낸 앨범 '천년의 사랑'까지 히트시키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후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던 부활에게 이승철로부터 결합 제의가 들어오고 14년 만인 2002년 다시 재회해 '네버 엔딩 스토리'란 주옥같은 곡으로 다시 한 번 큰 인기를 얻게 된다. 그해 작곡상을 휩쓸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의 받았고 그 이후 다시 김태원과 이승철은 서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또다시 이승철과 불화설을 겪은 김태원은 2010년 12월 김태원을 일대기를 다룬 KBS 드라마스페셜-연작시리즈 '락락락 (락Rock樂)'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이승철이 김태원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하면서 두 사람의 불화설을 일축했다. 특히 김태원과 이승철은 2003년 이후 처음 만남이어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태원은 이날 "이승철씨에 관한 질문이 항상 따라다니는 데 친구지간이니까 싸울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1985, 86년도에 후미진 곳에서 만났고 그때 음악을 시작했었다. 사실 우리는 뭔가를 이뤄놓고 만난 적이 없다. 뭔가를 이뤄가며 만난다. 싸울 수도 있고 그런데 또 만나는 거다. 이렇게 좋게 만나는 것처럼"이라고 그간 불거졌던 불화설을 해명했다. 

■김태원과 보컬들

▲김태원 [사진=부활엔터테인먼트]
'부활' 김태원과 결코 뗄 수 없는 보컬로는 이승철, 김종서, 박완규, 고(故) 김재기, 정동하를 꼽을 수 있다. 김태원은 김재기를 한 번 부른 곡이 퀄리티가 높아 천재적인 보컬,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평한 바 있다. 이승철과는 이승철이 솔로활동을 시작할 무렵부터 불화설이 줄곧 제기됐으나 김태원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승철에 대해 "이승철을 빼고서는 부활을 이야기할 수 없다, 부활이 없으면 이승철도 없다"며 서로 영향력을 인정하고 음악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승철은 1989년부터 솔로활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천 회 넘는 공연을 펼치며 대한민국 팝 록 음악에 한 획을 긋고 있다. 

부활 오디션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남겼던 박완규는 아직도 김태원과 끈끈한 정을 과시한다. 특히 박완규는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에서 지휘하는 김태원을 서포트하며 그렇게 브라운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박완규는 "7, 8년 가까이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진 상황이었다. 가수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을 정도로 힘들게 지내던 올 1월 김태원이 따뜻한 손길로 자신을 부활시켜줬다"고 말하며 김태원에 대한 고마움을 눈물로 절절이 표현한 적이 있다. 그는 2011년 공동작업 프로젝트인 '콜레보레이션 프로젝트 플러스 1'에 참여해 '비밀'의 보컬을 맡으며 재기의 발판을 노렸다. 이는 박완규의 음색과 능력을 아끼던 김태원의 부탁으로 이뤄졌다. 

리더가 못 돼 팀을 탈퇴했다고 농담삼아 밝힌 김종서는 부활 김태원과 동갑내기로 20년간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 그는 2009년 '부활 25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 서막:카운트다운 쇼!' 게스트에 참석했으며, 2009년 김태원과 의기투합해 환경을 주제로 한 디지털 음원 '별 이야기'를 발매했다. 김종서가 작곡과 편곡, 노래를 김태원이 작사를 맡았으며 밴드 부활이 연주했다. 2005년부터 부활 10집부터 합류해 현재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정동하는 부활 보컬로서 가장 오래 함께한 멤버이기도 하다. 정동하는 부활 오디션에서 김태원의 눈에 단번에 들었던 사람이다. 김태원은 "정동하의 노래를 듣자마자 반했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그를 아끼고 있으며 정동하의 보컬에 최적화된 곡들을 만들어내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부활 [사진=부활엔터테인먼트]
한편, 록그룹 부활을 거쳐 간 4인의 보컬리스트가 한 데 뭉쳐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부활은 박완규, 이성욱, 정단 등 역대 보컬리스트가 참여한 디지털 싱글 '콜레보레이션 프로젝트 플러스 2'를 지난 4월7일 발표했으며 해당 음반의 타이틀곡 '누구나 사랑을 한다'에는 박완규, 이성욱, 정단을 비롯해 현재의 보컬인 정동하가 참여해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김태원의 '소통' 리더십

앞서 얘기했듯이 부활이 지금까지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한 것도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 역할을 훌륭히 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리더의 자질 중 하나인 '소통리더십'을 김태원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공자가 제자들에게 설파한 '소통리더십'은 첫째, 눈높이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강조했고 둘째는 위기 시 빛나는 휴머니즘 커뮤니케이션, 셋째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강조했다. 공자는 위기일수록 진심이 나타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기본 맥락 안에 제자들의 문제점을 파악하면서도 제자들과 대화할 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의견을 듣고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원은 이런 '소통리더십'과 일맥상통한다.

손진영이 심사위원의 혹평을 받고 점수가 제일 낮음에도 꾸준히 생방송 무대에 진출하면서 일부 네티즌들의 '싸늘한' 시선으로 심적 고생을 했을 때마다 김태원에게 상담했다고 한다. 손진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선생님 마음이 점점 약해집니다"라고 하면 김태원은 "나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참아라. 네가 지금 쓰러지면 안 된다. 고독한 외로움 싸움을 끝까지 싸워내기 바란다. 그럼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된다"는 조언을 가슴 속 깊이 새겨듣고 손진영은 그때마다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김태원 KBS 2TV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 지휘 [사진=KBS]
지금 김태원은 또다시 '소통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청춘합창단의 지휘를 맡게 된 것. 지휘해 본 적 없는 김태원이기에 그는 매일 하루 3시간 이상 윤학원 지휘자로부터 특별훈련을 받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지휘를 배운다. '청춘합창단'에서 그는 평균 나이 62.3세(60년 이전 출생자)인 40명의 어르신을 따뜻한 눈빛과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하며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김태원은 '어머니께 편지를 쓴다는 마음으로 곡을 썼다'는 생애 최초의 합창곡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라는 곡을 만들어 단원들의 마음에 잔향을 일으키며 아름다운 소리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40명의 단원과 남자의 자격 7명 총 47명의 청춘합창단은 지난 8월 27일 서울 군자동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2011 KBS 전국민합창대회 서울 지역 예선에 참가해 당당히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청춘합창단은 오는 24일 본선 무대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와 아이돌곡 메들리를 부르게 된다. 김태원식 리더십이 어떤 아름다운 결실을 만들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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